국내 최대의 스크린을 자랑하는 CGV울산삼산의 아이맥스 상영관. 사진제공-CJ CGV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왔는데 마치 놀이동산에 온 듯한 기분이다. 처제의 추천으로 이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지난 주말 한 극장에서 회사원 김정원 씨(37)가 상기된 얼굴로 금방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도대체 무슨 영화를 봤기에 이렇게 만족해할까 싶었는데, 김 씨가 본 영화는 지난 주말까지 300만 관객을 기록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워Z'였다. 그런데 단순히 영화를 보고 놀이동산에 온 기분이었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그가 일반 상영관이 아닌 4D 상영관에서 영화를 봤다고 했을 때 그 말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4D 상영관은 영상에 맞춰 의자가 움직이고, 향기와 물, 번개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오감체험 극장이기 때문이다.

2009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아바타'는 본격적인 3D 영화의 시작을 알리며 우리를 새로운 영상체험을 하게 했다. '아바타'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거의 모두 3D로 제작되고 있다. 이병헌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지.아이조2'는 2D로 제작됐으나 트렌드에 맞춰 3D로 개봉하기 위해 약 10개월 동안 후반작업을 새롭게 해 개봉했다.

몇 년 사이 수많은 3D 영화가 개봉하면서 3D 영화는 우리에게 특별한 영화가 아닌 일반적인 영화가 됐다. 이제 관객은 스펙터클하고 화려한 영상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처럼 3D에 최적화된 영화라면 3D 상영관을 먼저 찾는다. 3D 영상이 주는 입체감과 생생한 사운드에 매료된 것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경우 3D 영상의 완성도가 높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3D 상영관과 4D, 아이맥스 상영관이 일반 상영관보다 훨씬 높은 관객 점유율을 나타내는 이례적인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표1 참조).

게다가 올해부터 관객들의 관람 취향은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3D 영화를 보는 것에 멈추지 않고 아이맥스와 4D 상영관처럼 더욱 생동감 넘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일찌감치 예매를 서두른다.

지난 5월 말에 개봉한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3D보다 4D와 아이맥스 3D를 더 많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표2 참조). "20대는 물론 30, 40대 관객이 늘어나면서 아이맥스와 4D 상영관을 찾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 극장 관계자는 말한다.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이 두 영화에서 보여준 관객의 상영관 선택이 일반 영화에도 적용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콘텐츠에 따라 관객이 상영관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밝혔듯 '라이프 오브 파이'는 3D 영화에 최적화한 연출과 촬영을 했으며,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해 아이맥스 상영관의 참맛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영화의 제작과 상영관, 관객의 니즈(Needs)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요즘 관객이 선호하는 3D, 4D, 아이맥스 상영관은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각 상영관에서 영화를 볼 때 가장 좋은 자리는 어디일까?


# 정중앙에서 두 줄 뒤, 아이맥스 명당

■시대의 흐름인 3D 상영관

	3D 영화를 보며 환호하는 관객(위), 4D 상영관

솔직히 3D 영화에 대한 관객 선호도는 예상보다 늘지 않고 있다. '아바타' 이후 획기적인 3D 영화가 등장하지 않고 있고, 안경을 써야 하는 불편이 개선되긴 했지만, 눈의 피로도가 높다는 점이 3D 영화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제작 측면에서도 한 해 30여 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애니메이션 포함)가 3D 영화로 제작되는 정도다. 아무래도 3D 영화가 일반 영화의 제작비보다 2배가량 더 들기 때문에 확실한 흥행 코드가 없는 영화가 아니면 3D로 제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3D 상영관은 극장 상영방식이 필름 상영에서 디지털 상영으로 바뀌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990년대 후반, 영화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면 꼭 봐야 하는 것이 있었다. 한 시대의 풍미했던 SF액션 영화 '터미네이터2'의 3D 버전인 '터미네이터2-3D'. 실제 영화 속 주인공이 무대에 등장해 액션을 벌인 후 3D 영상이 펼쳐지는 '터미네이터2-3D'가 처음 공개됐을 때 영상 혁명의 시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12분의 상영시간에 6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3D 영화는 오직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무대 공연 진행 탓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영사기 두 대가 필요한 단편 3D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3D로 재탄생한 영화 '타이타닉'

상황은 달라졌다. 필름을 디지털 파일이 대신하고 있어 디지털 상영을 할 수 있는 극장이라면 디지털 3D 상영도 쉽게 가능하다. 현재 국내 멀티플렉스 대부분은 디지털 상영이 가능하니까 3D 상영을 할 수 있는 상영관도 그 수와 비례한다.

관객이 3D 영상을 볼 때 불편했던 사항도 점점 개선되고 있다. 촬영과 상영기술의 발전은 3D 영상을 보는 관객의 피로도도 많이 줄였다. 두 개의 영상을 하나의 영상으로 동조시키는 싱크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극장 측은 '착용 시 더욱 편안할 수 있는 3D 안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3D 영화를 관람하기 가장 좋은 자리를 어디일까? 개인 선호도가 가장 중요하지만, 일반적으로 객석의 중앙 자리가 가장 좋다고 한다. 과거 극장은 음향시설이 좋지 않고, 앞뒤 좌석의 높낮이 차가 적어 중앙부에서 두세 줄 앞쪽 좌석이 좋았지만 요즘 극장은 중앙 자리가 3D 영화를 보기에 좋다.

■감각을 만족시키는 4D 상영관

	4D영화를 즐기는 관객들

일반 상영관이 시각과 청각에 의존한다면 4D 상영관은 특별한 장치를 통해 후각과 촉각까지 느낄 수 있다.

국내 극장에 4D 상영관을 처음 선보인 곳은 2009년 CGV상암에서 런칭한 CGV 4DX 상영관. 브랜든 프레이저 주연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가 첫 상영작으로, 영화 장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거나 진동이 발생하고, 바람이 불고, 물이 튀고, 향기가 나는 효과를 통해 관객이 영화 속 공간에 있는 착각을 줬다. CGV 4DX는 같은 해 12월, 국내 기술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영관을 오픈했다. 상하좌우, 앞뒤로 움직이는 의자는 진동까지 가미돼 다이내믹한 모션효과를 냈다. 특수효과와 최첨단의 음향효과는 관객의 감각을 최대한 이끌어내게 했다.

국내 자체기술로 개발된 CGV４DX 상영관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11년에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산업박람회인 시네마콘에서 '슈렉' '쿵푸 팬더' 등의 제작자이자 드림웍스의 CEO인 제프리 카젠버그로부터 "영화관의 미래를 알려면 한국의 극장에 가라"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할리우드의 제작자, 배급사, 감독 및 배우들이 직접 4D를 체험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4DX 랩(LAB)도 운영 중이다. CGV 4DX는 중국을 비롯해 멕시코, 태국, 브라질, 이스라엘, 일본, 대만 등 13개 국가 35개관이 해외 진출했다.

롯데시네마도 2010년부터 4D 상영관을 운영 중이며, 상영관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관객의 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특수효과를 개발하는 4D 상영관의 숨은 인재들은 영상에 맞춰 각 특수효과 기계장치들의 움직임을 프로그래밍하는 프로그래머들이다. 4D 프로그래머들은 감독의 의도와 드라마의 감정선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의 흐름에 따라 의자의 미세한 진동이나 움직임, 다양한 특수효과의 사용을 결정한다.

구민준 CJ 4DX 프로그래머는 "'타이타닉'은 4D로 상영하는 것이 적합하겠느냐는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 로스앤젤레스 랩에서 '타이타닉' 제작사와 처음 함께 작업했다. 제작사는 이 장면은 연출적으로 감성적인 부분이 있으니 효과를 자제하고, 이런 부분은 극대화하자고 의견을 내놓고, 우리는 그에 맞춰 프로그래밍했다. 제작사와 긴밀하게 작업을 했는데, 4D가 의자를 기능적으로 흔드는 것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4D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좌석은 어디일까? 4D 상영관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이 느끼는 감각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각의 불편함이 없다면 되도록 스크린과 가까운 자리가 좋다. 중앙에서 두세 줄 앞쪽 자리를 추천하겠다. 그리고 4D 영화를 관람할 때는 등을 좌석에 붙여 앉는 것이 좋다. 격투 장면에서 안마기의 두드림 기능처럼 등을 쳐주기 때문이다.

■스펙터클한 3D를 즐기는 상영관

	영화 '터미네이터2' 주인공에게 3D 적청안경을 씌운 이미지. 국제신문 DB ·일부 CJ CGV 제공

아이맥스(IMAX) 상영관이라고 하면 1985년 63빌딩과 함께 개관한 63아이맥스 영화관이 떠오른다. 개관 당시 자연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년 후인 2005년 CJ CGV용산과 CGV인천에 아이맥스관이 오픈했다.

아이맥스는 '아이 맥시멈'(Eye Maximum)의 줄임말로 사람이 볼 수 있는 최대의 시야각을 뜻한다. 따라서 아이맥스 영화관은 일반 상영관보다 훨씬 커다란 스크린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국내에 있는 최대 규모의 아이맥스 상영관은 CGV 울산삼산으로 가로 24.4m, 세로 14.1m의 크기를 자랑한다. 아이맥스 스크린은 너무 크기 때문에 관객이 앉은 상태에서 수평방향 60도, 수직방향 40도를 볼 수 있도록 시계를 조절하고, 살짝 곡면을 이뤄 자연 상태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다. 좌석 자체도 경사를 주어 화면이 시각과 수평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보이게 했다.

앞서 '스타트렉 다크니스'가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된 영화라고 했는데, 일반 영화가 35㎜ 카메라를 사용하지만 아이맥스 영화는 70㎜ 카메라로 촬영한다. 따라서 아이맥스 상영에 알맞은 고해상도 화질과 스펙터클한 영상을 구현하게 된다. 일반 영화로 아이맥스 상영을 하려면 디지털 리마스터링(DMR) 과정을 거쳐 고화질, 고음향의 아이맥스 버전으로 변환해야 한다.

CGV용산과 CGV인천에서는 아이맥스 영화로 2005년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처음 상영했는데, 큰 스크린이라는 장점 외에 호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아바타'가 3D 아이맥스로 상영되면서 관심이 쏠렸다. 이후 3D 영화의 스펙터클한 영상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관객이 아이맥스 상영관을 찾고 있다. 특히 CGV서면의 아이맥스 상영관에는 40석 규모의 4DX 특별석이 함께 마련돼 아이맥스와 4D를 함께 만끽할 수 있다.

아이맥스 영화를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는 중앙에서 두 줄 정도 뒷자리다. 스크린의 크기 때문에 앞쪽 좌석에 앉게 되면 고개를 들거나 돌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스크린의 굴곡을 느끼게 되는 사이드 자리는 피하는 것이 좋다.


# 4D, 영화의 정서를 극대화하는 도구 돼야

■ 구민준 4DX 프로그래머

4D 영화를 보는 재미는 오감을 충족시키는 각종 특수효과에 있다. 따라서 영상에 맞춰 적재적소에 특수효과를 내는 것이 4D 상영관의 흥행을 좌우한다. 특수효과 프로그래밍에 따라 영화를 보는 재미는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4D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구민준(사진) CJ 4DX 프로그래머는 2004년 영사기사로 출발해 2009년부터 CGV 4DX와 함께한 이 분야의 베테랑이다.


-지금까지 몇 편이나 4D 작업을 했나?

▶100여 편 정도. 지난해는 26편을 진행했다. 4D의 분야는 앞으로 더 넓어질 것이다. 4D는 영화뿐만 아니라 CF나 다양한 예술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 멕시코에서는 '태양의 서커스'를 영화화한 영상에 4D 작업을 했었다. 그런 식으로 장르의 다양화도 고민하고 있다.

-가장 궁금한 것이 영화에 특수효과를 입히는 프로그래밍이다.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먼저 4D에 제격인 영화를 선정한다. 미리 영화를 볼 수 없지만,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개봉 라인업을 살펴본다. 어떤 때는 스튜디오에서 먼저 의사를 전하기도 한다. 영화 개봉 석 달 전에 영화가 선정되면 어느 나라에 상영할지를 파악한다. 영화 개봉 한 달 전에 스튜디오로부터 영화 콘텐츠 선공급을 받는다. 영화를 리뷰하고 스튜디오와 특수효과를 어떻게 낼지 협의한다. 이후 20일 정도 4D 컨버팅 시간을 가진다. 개봉 5일 전에 로스앤젤레스의 4DX 랩에서 최종 파이널 스크리닝한다. 거기서 통과되면 그 데이터를 각 국가에 원격으로 제공해 개봉된다.

-다른 나라의 4D 상영관보다 우월한 것은 무엇인가?

▶장비 개발에서 앞서고 있다. 기능적으로는 프로그래머의 의도를 100% 구현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연구진이 있다. 이들은 의자의 움직임뿐 아니라 향기, 바람, 청각 등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한다. 하지만 그 기술 격차는 금방 좁혀질 것이다. 앞으로는 4D가 영화를 어떻게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4D의 특수효과를 통해 영화 자체가 지닌 정서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엔지니어인 프로그래머들이 감성적인 면을 발달시키고, 영화 자체에 관한 공부도 해야 할 것 같다.

▶스튜디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그들에게서 영화적 감성이나 연출 부분을 체득하려고 한다. 4D 경력자를 채용하기도 어렵고 자체 양성을 해야 한다. 4D가 아직은 초기라 할 수 있어 시행착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