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모습이 너무나 여유롭고 평화스럽다. 푹신하고 안락한 잠자리도 아니건만 이렇게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이 오후의 햇살을 받고 잠들어 있다. 우리 말 사전에 노숙(老宿)이란 말은 있어도 노숙자란 말은 없다. 노숙이란 말은 "집이 아닌 한데서 밤을 지낸다"는 말이지만 요즘은 "일정한 주거지와 직업이 없이 떠도는 사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1980년대 레이건 정권 당시 사회복지 예산이 삭감됨에 따라 많은 노숙자(homeless)들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사회가 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7년에 한파에 얼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면서부터이다. 그들 대부분이 마약 중독자, 알코올 중독자들이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 단위의 노숙자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인류 역사 이래 노숙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제 아무리 황금시대이고 사회복지가 발전된 시기라 하더라도 노숙자는 인간이 사는 곳에는 존재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꼭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물질적인 곤란으로 노숙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삶의 의미 상실로 인한 정신적 공황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대학교수가 어느 날 갑자기 가정과 직장을 박차고 나와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은 적 있다. 요즘 남성들이 어떻게 노숙자가 되는지를 재미있게 풍자해 놓은 글이 인터넷 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당신은 왜 노숙자가 되었지요?
20대 노숙자 : 마누라를 재미있고 즐겁게 해 주지 못해 쫓겨났다.
30대 노숙자 : 마누라한테 돈 어디 썼냐고 따지고 묻다가.
40대 노숙자 : 마누라한테 밥상 차려 달라고 소리 지르며 명령하다가.
50대 노숙자 : 마누라한테 라면 끓여 달라고 하다가.
60대 노숙자 : 마누라한테 어디 나가냐고 묻다가.
70대 노숙자 : 마누라와 눈 마주치다가.
80대 노숙자 : 마누라와 옷이 스쳤다고.
노숙자는 늘 우리 곁에 존재해 왔다. 성장 위주 경제정책의 그림자에 가려, 복지가 국가의 주요 정책에서 밀려나면서 노숙자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다뤄지지 않았을 뿐이다. 불비한 사회안전망과 심화되는 빈부 양극화 속에서 누구나 언제든 노숙자로 전락할 수 있는 게 우리 현실임에도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아주 특별한 남의 일로 치부하며 눈 감고 있었을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