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물 복원을 통한 잃어버린 근대도시 부산의 복원

부산의 3대 근대건축물은 부산역사(釜山驛舍), 부산우편국, 부산세관이다. 일제에 의해 근대 조선이 모두 개화되고 형성되었기 때문에 근대도시의 모습 또한 일제의 의해 이루어졌고, 부산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강화도조약에 따른 부산포 개항이후 일제강점기하의 근대도시 부산은 상업 및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였다. 

의미있는 부산의 근대사는 부산사람들의 기억속에 지워졌고, 도시라는 보편적 특성으로서  부산의 의미까지 퇴색되어 갔다. 이제 세계도시로 발돋움하는 부산에게 근대의 기억을 되살려 창조적 상상력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훌륭한 도시의 첫번째 조건은 풍부한 역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 곳곳에 부산을 상징하는 수십 곳의 역사단지가 있는 전통적인 공간과 더불어 초현대식 건축물로 된 현대적인 공간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통과 현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면 결국 도시 전체의 품격이 높아진다. 그러나, 미국의 뉴욕, 일본의 도쿄처럼 높은 빌딩만 들어선 도시는 앞으로 각종 환경 문제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낡은 건축물에 작품을 수놓아 도심 속 시민들의 휴식 공간을 만들어 내는 작업과 함께 우리 속에 내재해 있었지만 질곡의 역사로 애써 지워냈던 질퍽한 삶의 이야기 또한 문화자산으로 부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근대건축물의 복원은 바로 근대도시 부산에 대한 부산시민들의 기억의 재생이며, 부산의 역사문화를 가꾸는 작업의 일환이다.

* 옛 부산역사는 지금의 중앙동 교보생명빌딩 자리에 있었다. 1953년 부산대화재로 소실되었다.

부산역은 일제시대에 지어진 부산 최고의 근대건축물인데, 물론 이제는 1953년 부산 대화재로 소실되었지만 나중에 건축된 일본의 동경역이 부산역과 비슷하게 지어졌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한국에 오자마자 지은 역으로 심혈을 기울여 지었으며, 옛 부산역은 일본 동경 신역사(1914년) 보다 4년 앞선 1910년에 문을 열었다. 

붉은 벽돌과 화강암으로 외벽을 감싼 르네상스 양식의 이 두 건물은 모두 일본 건축가 다쓰노 긴고(辰野金吾)가 설계했다. 오늘날 부산 중구 중앙동4가 교보생명보험빌딩 근처에 세워졌던 옛 부산역사의 상층부는 호텔로 쓰였다.

부산역사(釜山驛舍)에 대해 우리 민족에 대한 유린의 흔적이나 일제의 수탈창구로만으로 인식하는 것은 근대도시 부산의 모습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또한 부산역사(釜山驛舍)는 근대 조선의 경부선 종착역사이였고, ‘이별의 부산정거장’이 나 ‘6.25 전쟁시절의 피난민의 만남과 이별’이 상징하듯 부산을 비롯한 우리민족의 애환이 서려있는 공간적 개념으로서의 의미가 오롯히 새겨있다. 

이 건축물의 멸실은 바로 부산사람들에게서 43년의 소중한 기억의 소멸을 의미한다. 이제 이것에 대한 새로운 재창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건축물이라고 해서 부산의 근대역사에 대한 내력도 모른 채 사라지게 내버려 두었거나 이후 복원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부산 근대사에 대한 기록을 부산사람들에게 지워내었거나 지워진 기억을 재생하지 않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역도 서울역 처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부산역은 이미 재건축이 되어 더 이상 옛 부산역사의 복원은 어렵게 되었다. 복원을 반드시 당초 부산역이 있던 장소적 공간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애초 부산역은 이미 교보생명빌딩이 세워져 복원이 불가능하며,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이동하는 역사(驛舍)로써의 공간과  ‘옛 부산역사 복원’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창조할 장소이기만 하다면 부산 어느 곳이라도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대안공간은 어디일까 ?

그것은 바로 경전선과 동해남부선이 교차하고, 경부선 새마을호의 종착역, ktx중간역으로서 새로운 교통요충지이자 가장 사람들이 붐비고 활기찬 역사(驛舍)로써 기여하게 될 ‘부전역’이 그 대안일 것이다. 앞으로 복합환승역사로 재개발될 부전역은 근대도시 부산에 대한 기록을 담아내 그 역사성을 건축설계에 심고, 부산역사(釜山驛舍)를 재현한 역사(驛舍) 공간과 부산철도박물관을 만들어 부산시민의 역사문화 욕구도 충족시키고, 부산시민공원, 부산국립국악원, 부산국립극장과의 연계를 통한 관광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으며, 근대도시의 스토리가 풍성한 부산으로 재구성할 수 있어 더없이 좋을 것이다.

* 부산우편국은 지금의 부산우체국 한 블럭 뒤에 있었다. 1953년 부산대화재때 부산역과 함께 불탔다.

 

한편, 부산우편국 건물은 1953년 11월 27일 부산역전 대화재로 불 타 없어질 때까지 43년간 부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건물 중 하나에 속하며, 예전에 퍽이나 정다운 곳으로 여겨져 왔으며,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의 안부를 전해주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용두산공원 근처에 재건축 복원하여 부산근대박물관과 함께 부산근대 역사문화지구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은행 부산지점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부산근대박물관을 이전하고 부산근대박물관은 동양척식회사 부산지점으로 본래 모습으로 탄생시켜도 좋겠지만, 부산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부산우편국 건물 만큼은 복원시켜 근대박물관으로 만들고, 한국은행 부산지점 건물은 프랑스 미테랑대통령의 그랑프로제 일환으로 낡은 기차역에 생명을 불어넣어 인상파 거장들의 미술품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처럼 미술관이나 미술도서관 등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켜도 좋을 것이다.  

 

* 1973년 부산시유형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됐으나 1979년 6월 2일 도로확장 공사로 철거됐다.

 

그 외, 부산세관은 북항재개발시 해양문화지구에 ‘옛 부산세관 청사’를 복원하여 부산세관박물관으로 꾸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즉, 부산세관은 1883년 11월 3일 설치된 '부산해관'이 효시다. 강화도조약에 따른 부산포 개항(1876년)부터 사실상 함께 해온 역사를 지녔다. 옛 부산세관 청사를 복원하여 수많은 기록과 역사를 간직한 부산세관박물관을 옮겨 영구 전시한다면 부산북항의 재개발에 부산근대사를 담아 부산항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들은 근대도시 부산을 복원하여 기억해내는 소중한 작업들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의 역사상을 올바르게 복원하고 재해석하는 것은 부산의 미래와 한일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왜냐하면, 되풀이되는 역사의 수레바퀴속에서 역사는 기억하는 자들의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