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던 김기표(사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 비서관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지난 3월 임명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김 비서관은 문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반부패비서관은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것이 아니더라도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의 도리와 사회적 책임감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김 비서관은 LH 사태로 사회적 공분이 거세게 일었던 지난 3월 말에 임명된 인사여서 인사 검증 시스템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 검증 시에 부동산 내역을 확인했지만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다만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은 만큼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의 투기 의혹은 최근 관보에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이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관보에 따르면 김 비서관의 부동산 재산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상가 2채(65억4800만 원) 등 총 91억2600만 원 상당이며, 금융 채무가 56억2400만 원에 달한다. 상당 부분 대출로 부동산 매입자금을 마련,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구입) 투자’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가운데 2017년 매입한 경기도 광주 송정동 임야(1578㎡·4900만 원 상당)를 놓고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이 땅은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은 맹지이지만, 경기 광주 송정지구 개발로 새로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빌라 단지와 인접해있다. 이에 대해 김 비서관은 “송정지구 개발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며, 자금 사정이 좋지 않던 지인이 매수 요청을 해 부득이하게 취득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 같은 해명에도 청와대가 사실상 경질로 가닥을 잡은 것은 다른 직책도 아닌 반부패비서관으로서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야당의 경질 요구는 물론 투기 의혹이 있는 의원들에 대해 출당 조치를 했던 여당에서조차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전날 청와대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강력한 우려와 함께 신속한 거취 정리를 건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