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구 나뉜 해운대·사하구 등
- 양측 당협위원장 세대결 양상
- 모두 현역 의원이 위원장일 때
- 공천 놓고 갈등 빚을 가능성도

내년 6·1 지방선거를 10개월여 앞두고 벌써 부산 지역 잠재 후보들의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는 조짐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모두 마찬가지지만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당 지지율이 높은 국민의힘에서 두드러진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갑·을로 나뉜 지역의 구청장 공천을 놓고 출마 예정자 간 치열한 눈치 싸움은 물론 갑·을 양측 당협위원장 간 대리전이 펼져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부산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 구청장 공천을 노리는 출마 예상자는 각 구·군별로 5, 6명에 달한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바람 앞에 속수무책으로 탈락한 뒤 권토중래를 꿈꾸는 후보에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도 상승 추세를 등에 업고 구청장 자리를 노리는 인물이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들 지역 가운데 국회의원 선거구가 갑·을로 나뉜 해운대·남·부산진·사하구 등에 관심이 모인다. 해운대구의 경우 하태경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갑에서는 최준식 전 시의원, 정성철 전 구의원 등이 출마 채비에 나섰다. 김미애 의원의 을에서는 강무길·김진영 전 시의원과 김성수 전 해운대경찰서장이 도전 의사를 내비쳤거나 저울질하고 있다. 배덕광 백선기 전 구청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역대 구청장 후보는 주로 을지역에서 배출됐다. 이 때문에 갑지역 당원 사이에서는 “이번에는 무조건 갑에서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남구청장 공천권을 놓고도 갑·을 지역구 간 집안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남구도 3선을 지낸 이종철 전 구청장 등 대부분 을지역에서 구청장 후보를 냈다. 하지만 갑 위원장은 현역인 박수영 의원인 반면, 을은 원외인 이언주 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이번에는 무게 추가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출마예상자로 거론되는 송순임·박재본·오은택·김선길 전 시의원 등은 주로 을지역 출신이다. 때문에 박 의원 주도로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부산진구는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의 측근이자,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김영욱 전 시의원이 출마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무게감을 감안하면 5선의 서병수(부산진갑) 의원 의중이 구청장 후보 공천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갑지역에서는 황규필 전 국회 수석전문위원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당협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정재관 전 금정구 부구청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사하구는 조경태(사하을) 의원의 측근인 노재갑 전 시의원, 성창용 보좌관 등과 함께 조정화 전 구청장이 거론되는 가운데 김척수 사하갑 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두 차례 총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김 위원장이 구청장 출마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갑·을 모두 현역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역은 구청장 공천을 놓고 위원장 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지지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구청장 공천을 놓고 내부 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경쟁이 치열하거나 민감한 지역 대부분은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역 위원장의 의중이 전혀 반영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