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결위 신주류-구주류 간 갈등
- 열흘간 이어져 의회 위상 추락
- 신상해 “역할 차질 없게 할 것”
- 일각선 특위 기능 상실 우려도

부산시의회 예결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폭발한 더불어민주당 ‘신주류’와 ‘구주류’ 간 갈등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지켜본 시민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의회의 위상 추락이 불가피해진 만큼 시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부산시의회 본회의 모습. 국제신문 DB

시의회 신상해 의장은 지난 19일 늦은 오후 민주당 소속 의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신 의장은 긴급 회의에서 의장단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각 상임위원장이 사보임 의사를 밝힌 예결위원들을 대신한 위원을 재추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1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에서 일부 상임위원장은 위원 재추천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이에 신 의장은 상임위에서 예결위원을 재추천하는 대신 사보임 의사를 밝힌 의원이 속한 상임위원회 위원장들이 예결위에 합류하는 안을 깜짝 제안했다. 복지안전위원회 정종민, 기획재경위원회 도용회 위원장은 ‘구주류’로 분류되고, 도시환경위 고대영, 행정문화위 김태훈 위원장은 중도 성향이어서 구주류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카드였던 셈이다. 사보임 의사를 밝힌 의원은 물론 구주류 세력이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게 됐다.

이번 파동은 지난 9일 김민정 의원이 8대 시의회 4기 예결특위 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발생했다. 민주당 몫 예결위원 11명 중 신주류로 분류되는 원내대표단이 5명이나 포함된 가운데, 일부 위원의 연기 신청에도 불구하고 위원장 선출이 강행되면서 그동안 쌓였던 갈등이 폭발했다.

모두 4명의 예결위원은 이에 반발, 예결위원직을 사보임하며 불만을 표시했고, 구주류 세력이 합세하면서 양측은 전면전을 치렀다. 원내대표단은 전원 사퇴라는 강수를 두며 수습에 나섰으나, 구주류 측에서는 예결위원장 사퇴와 재선출을 요구하며 맞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예결위원장 파동’이 열흘 넘게 지속되자 시의회를 향한 시민 여론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여당 시의원들이 밥그릇 싸움만 한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이 과정에서 신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정치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민주당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됐고, 결국 의장단의 막판 중재로 타협에 이르렀다.

어렵사리 혼란은 일단락됐으나, 시의회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8조 원대에 달하는 시와 교육청의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예결특위의 신뢰도와 권위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급격하게 실추된 만큼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신상해 의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의회가 더욱 단단하고 힘있게 뭉쳐 본연의 임무인 시정 견제와 감시, 견인하는 역할을 차질 없이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시민의 신뢰를 얻겠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들이 예결위에 대거 합류하면서 예결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각 상임위에서 예비심사한 예산안을 계수조정 등을 통해 재검증하는 예결위 고유의 권한과 책임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시의원은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에서 통과해 올린 안건을 예결특위 위원으로서 조정하는 것은 자기 검열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예결특위 고유의 역할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