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이 9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여야 대치가 6월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0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표결 처리에 항의하고 있다. 공동취재

●국회 욕설·아수라장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정의당 의원 6명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검찰청법 개정안 상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삿대질과 육탄전이 오가면서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오후 3시 45분께 국회의장실로 몰려가 박병석 의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또 ‘서민과 약자 울리는 검수완박’ ‘이재명 방탄법 처리 민주당은 즉각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박 의장이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의장실 경호인원들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충돌이 일어났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열어, XX, 천하의 무도한 놈들”이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양측의 몸싸움에 휘말린 한 취재진은 얼굴을 다쳐 피를 흘렸다.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은 넘어지면서 밟힌 다리를 절뚝이며 구급차에 실려 갔다. 허은아 의원은 다리를 밟혀 종아리가 빨갛게 부어오른 사진을 공개했다.

본회의가 시작하고 검찰청법 표결이 진행될 때까지도 여야 의원들의 고성은 계속됐다. 검찰청법은 본회의 개의 6분만에 재석 177인 중 찬성 172인, 반대 3인, 기권 2인으로 표결 처리됐다.

검찰청법 표결이 마무리되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박 의장을 거칠게 비난했다. 그는 “당신이 얘기하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냐”며 박 의장에게 삿대질을 했다. 또 “역대 최다급 해외순방을 다니고 의전을 누리는 게 국회 민주주의 수장이 할 일이냐.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합의안을 전면 부인하고 이렇게 나대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부끄러운 줄 알라”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이 오는 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처리하면 ‘검수완박’ 입법은 마무리된다.

지난달 29일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국회의원·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인사 청문회도 뇌관

여야 긴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윤석열 첫 내각의 인사청문회부터 격전이 예상된다. 오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국무위원 후보자 19명 중 16명의 청문회가 열린다.

2일에는 한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추경호(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박진(외교부)·원희룡(국토교통부)·한화진(환경부)·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시작된다.

3일에는 정호영(보건복지부)·이상민(행정안전부)·이종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까지 4명이 검증대에 오른다.

4일에는 한동훈(법무부)·이종섭(국방부)·이정식(고용노동부)·조승환(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다.

어린이날 휴일을 거쳐 6일엔 김인철(사회부총리 겸 교육부)과 정황근(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혀있다.

민주당은 “19명 모두 퇴장감”이라며 특히 ‘한·호·철’(한동훈·정호영·김인철)의 낙마를 끌어낼 만한 고강도 검증을 벼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34명에 달하는 점을 지적하며 신상털기·망신주기식 청문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것도 대치 국면을 심화하는 요소다. 국민의힘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권력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기대치가 역대 당선인보다 낮게 나오는 것은 부담이다. 민주당은 ‘0.73%포인트’ 차이로 대선에서 패배한 아픔을 설욕한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