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의 핵심 키워드는 ‘자유’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 2년간 코로나 펜데믹을 극복한 국민과 의료진께 깊이 감사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세계는 펜데믹 위기와 공급망의 재편, 기후변화, 식량과 에너지 위기, 분쟁의 평화적 해결의 후퇴 등 몇몇 나라만 참여해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에 직면해 있다. 다양한 위기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 결속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가장 큰 원인은 반지성주의이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군사대비태세 보고를 받은 뒤 경례를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또 “국가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내용만 취사선택하거나 다수가 소수를 탄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 가치는 바로 자유다.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시장이 숨쉬고 있는 곳은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면서 “우리 구성원이 자유시민이 돼야 한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나와 공동체 구성원이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 자유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문화적·교육적 접근이 보장돼야 한다. 자유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개별 국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기아와 빈곤, 공권력과 군사력에 의한 불법행위로 개인의 지유가 침해되고 자유시민의 존엄함 삶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세계시민이 연대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력에 의한 불법행위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하면서 그 해법으로는 도약과 빠른 성장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 빠른 성장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새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사회 이동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 도약과 빠른 성장은 과학과 기술, 혁신에 의해서 이뤄낼 수 있다. 과학과 기술, 혁신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며 존엄한 삶을 지속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많은 나라와의 협력·연대도 강조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준다. 그리고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지금 전세계 어떤 곳도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도 마찬가지”라면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전세계 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 걸어서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글로벌 리더국가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그룹에 들어가 있다. 지유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규범을 지지하고 수호하는데 글로벌 리더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세계시민 모두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확대하는데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국제사회도 대한민국에 더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과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등 내외빈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