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라 곳간 운영 기조를 건전 재정으로 정하자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속화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30일 국무회의를 통해 의견한 ‘2023년 예산안’은 2018∼2022년 연평균 8.7%였던 총지출 증가율을 5.2%로 묶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의 절반 수준인 2.6%로 설정했다. 국가채무비율은 49.8%로 50%를 넘지 않도록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소극적 예산안은 재정 건전성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전문가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자칫 재정 지출 감소가 경기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기에 재정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는데 재정지출을 급격히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지출을 효율화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경기 대응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복지 지출 증가율이 4%대로 총지출 증가율보다 낮다”며 “코로나19 위기가 완벽히 끝나지 않았고 경제구조의 비대면 전환으로 자영업자 등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산이 소극적, 긴축적으로 편성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내년에 경기 침체가 온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고, 침체가 오더라도 추경으로 대응하려면 현 상황에서는 여력을 비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재정 확대는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기에 지출을 줄이는 것이 현 상황에서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은 재정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민간의 역동적인 힘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