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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하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국인 투자자의 한국 정부 상대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승소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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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중국인 투자자가 제기한 2600억원대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최종 승소했다. 투자자가 2024년 정부 승소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신청까지 모두 기각되면서 정부의 배상 책임은 확정적으로 사라졌다.
법무부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가 지난 12일 중국인 투자자 민모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중재판정 취소신청을 전부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취소위원회는 민씨에게 한국 정부가 취소 절차에서 지출한 소송비용 약 15억1283만원과 이에 대한 이자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민씨가 중국 베이징의 한 빌딩을 매입·개발하기 위해 국내에서 받은 대출에서 비롯됐다.
민씨는 2007년 국내에 파이코리아를 설립한 뒤 우리은행이 주선하고 지급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약 3800억원을 조달했다. 그러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우리은행은 담보로 확보한 파이코리아 주식을 처분했다.
민씨는 주식 처분에 반발해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2017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출 과정에서 우리은행 임직원에게 금품이나 이익을 약속하거나 제공한 혐의로 형사재판도 받아 같은 해 유죄가 확정됐다.
민씨는 이후 우리은행의 주식 처분과 국내 수사·재판 과정이 한중 투자협정을 위반했다며 2020년 8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다. 당초 청구액은 약 2조원이었으나 이후 약 2641억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민씨의 회사 설립과 주식 취득 자체가 은행 임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해 대출을 받으려는 불법적인 계획의 일부였기 때문에 한중 투자협정이 보호하는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2024년 5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민씨의 투자가 불법적인 행위와 관련돼 있어 투자협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정부가 지출한 소송비용 약 49억1260만원과 이자도 민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민씨는 이에 불복해 같은 해 9월 판정 취소를 신청했다. 중재판정부가 투자협정을 잘못 해석했고,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으며 판정에 이유 누락이나 모순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ICSID 취소위원회는 원 판정부의 판단이 합리적이고 민씨에게 충분한 변론 기회가 주어졌다고 봤다. 판정 이유 역시 명확하게 제시됐다며 민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ISDS 중재판정의 취소 절차는 일반적인 항소심과 달리 사실관계나 법률 판단을 다시 심리하는 절차가 아니다. 중재판정부가 권한을 명백히 벗어났거나 중대한 절차상 문제가 발생한 경우 등 제한적인 사유가 있을 때만 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민씨가 청구한 약 2641억원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은 발생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정부는 원 중재절차에서 약 49억원, 취소절차에서 약 15억원의 소송비용을 각각 회수하게 됐다.
법무부는 “국내법상 위법한 투자는 ISDS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원칙을 다시금 공고히 했다”며 “한국의 민·형사상 사법절차로 판단된 사건을 ISDS를 통해 뒤집으려는 시도를 성공적으로 방어해 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정부는 최근 주요 ISDS 사건에서도 배상 부담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론스타 사건에서는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중재판정 일부가 취소돼 당시 기준 약 4000억원의 배상 의무가 사라졌다. 올해 2월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엘리엇 사건에서도 영국 법원이 기존 배상 판정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약 1600억원의 배상 의무가 잠정적으로 소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