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대한 자체 감사 결과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에 트램(노면전차) 설치 등 공공콘텐츠 확충 사업을 추진하면서 담당 부서가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법정 절차 미이행 등 위법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초 해수부가 추진단에 대한 감사를 착수하면서 “트램 등 공공콘텐츠 확충 사업은 1700억 원이 투입돼 규모가 크고 신규 공정이어서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재정사업”이라는 입장에 대해서는 “재정사업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여러 위법 사항을 한 번도 거르지 못한 채 트램 등 공공콘텐츠 사업을 진행해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피감 기관인 추진단 외 해수부 전체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수부는 감사 결과와는 별개로 공공콘텐츠 확충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하고, 북항 재개발 1단계 기반시설 조성 준공 시기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인 내년 5월 초로 앞당긴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감사관실은 2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부산항 북항 콘텐츠 확충 사업 추진 과정에 위법하고 부적정한 사항이 다수 확인됐다”며 이 감사 지적사항을 발표했다.

감사관실이 밝힌 위법 사항은 추진단이 트램, 공공콘텐츠 확충 사업을 추가하면서 총사업비가 증액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가가치세(1463억 원)를 삭제하고 예비비(1205억 원)를 감액해 총사업비를 부당하게 조정했다는 것이다. 추진단은 총사업비에 부가가치세 항목을 반영해 달라는 BPA요청에 대해서도 사업계획 변경 내용을 담은 공식문서에서 이를 삭제하고, “BPA는 면세사업자”라고 허위로 명기해 지난해 12월 21일 내부방침을 받은 후 이를 고시했다고 감사관실은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예비비는 임의로 줄여 트램 설치 등 신규 사업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법정 절차 미이행도 지적사항으로 언급됐다. 2020년 12월 21일 사업계획 변경 내용에는 트램, 9개 공공콘텐츠 등 신규사업이 반영돼 ‘항만재개발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 온라인 공청회, 중앙항만정책심의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이행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추진단은 이러한 법정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사항을 규정한 ‘항만재개발법 시행령’ 제9조(사업계획의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용해 법정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특히 관심이 집중된 트램사업과 관련해서는 허위·부실보고와 권한 남용이 있었다는 게 감사관실의 주장이다. 추진단은 2020년 7월 10일 트램사업 타당성 평가용역 시 1단계 재개발 사업구간(1.9㎞)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B/C 0.892)이 확보되지 않은 사실을 누락한 채, 전체 구간(9.1㎞)의 경제적 타당성(B/C 1.023)만을 보고서에 반영해 타당성이 확보된 것처럼 허위·왜곡 보도했다는 설명이다. 또 2019년 10월 당시 트램 사업 시행자로 확정되지 않은 부산항만공사(BPA)에 사업 타당성 평가 용역을 발주하도록 지시하면서 무등록 업체와 계약하도록 해 권한남용 및 부당지시를 했다는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 BPA가 용역을 발주하면서 무등록 업체를 왜 걸러내지 못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무등록 업체와의 계약 체결 등과 관련해 대가성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는 게 감사관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부산시도 트램 사업의 비용 부담 주체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정책적 타당성 평가(AHP 0.619, 기준 0.5 이상)’를 해 그 결과를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공공콘텐츠 사업 중 해양레포츠콤플렉스와 1부두 상부시설을 부산시에 귀속해 투자비가 보전되는 것으로 사업계획에 반영한 부분도 허위·부실보고라는 입장이다. 감사관실은 “관련 사업은 ‘항만법’ 및 ‘항만재개발법’ 상 국가 또는 시·도에 귀속이 불가하지만 추진단이 권한을 남용해 허위보고 등의 방법으로 임의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다수의 지적 사항에 대해 “추진단의 허위 보고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상급자의 업무태만에 대해서도 조사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감사관실은 “담당 국장(항만국장)까지 조사했다”면서 “장·차관은 감사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수부는 “다수의 위법 사항이 있었음에도 해수부는 트램 등 공공 콘텐츠 확충 사업의 절차상 하자를 신속하게 보완해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램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 실시설계를 끝내고 공사를 발주해 내년까지 노반 공사를 완공한 뒤 차량 입고와 시운전을 거쳐 2023년 하반기쯤 상용 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항 재개발 1단계 기반시설 조성사업 준공 시기를 내년 상반기에서 내년 5월 초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2단계 사업도 내년 상반기까지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해 2023년 말부터 부지조성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2단계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