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으로 둔갑한 러시아산 명태 수입을 단속할 조짐을 보이면서 러시아산 명태를 수입해 중국에 판매, 기록적인 수출고를 올린(국제신문 4월 8일 자 10면 보도) 한국이 불똥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와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러시아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음에도 중국을 경유한 러시아산 명태가 반입돼 대러 제재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 수산 당국 등이 분석한 결과 자국에서 소비되는 명태 중 40%는 러시아 선박에서 잡았지만, 대부분 중국에서 가공된 후 중국산으로 바뀌어 수입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어획→중국 가공 수산물’의 주 소비국으로,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 러시아 수산물 27%가 중국에서 가공돼 미국으로 들어갔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어획고를 올리는 데 반해 가공 공장이 없어 중국 등에서 생선튀김·필렛 등의 가공 과정을 거친 후 제3국으로 수출되는 구조다.

문제는 미국의 단속이 강화되면 러시아산 명태를 냉동 보관한 후 중국에 납품해온 부산 냉동창고 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튀김류나 필렛 형태로 가공된 명태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연쇄 작용으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냉동 명태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부산은 2020년 9월 러시아산 수산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중국이 검역을 강화하자 러시아산 명태가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면서 ‘코로나 특수’를 맞았다.

한국은 2008년 이후 명태를 잡지 못하고 있음에도 지난해부터 명태가 주요 수산 수출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명태는 1억5200만 달러(전년도 10배 상승)의 수출액을 달성, 김(6억9000만 달러) 참치(5억8000만 달러)에 이은 3위 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판매액도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652% 급증한 5874만4875달러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수출입량 변동이 커질 수 있어 재고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수산업관측센터 최민제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 이력을 파악할 수 있는 수산물 모니터링 시스템을 명태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달 기준 국내 명태 재고량은 평년보다 2배 많은 16만여 ｔ이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러시아산 명태. 국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