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하락하고 부동산 등 자산 가치도 떨어져 빚 갚을 능력도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연체율이 상승해 가계대출 건전성이 악화될 여지가 있으며, 부동산 가격 급락은 건설투자를 위축시켜 부동산·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도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2년 9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은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주택가격 조정에 따른 신용위험 증대’를 우선 꼽았다. 보고서는 그간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맞물려 주택매수심리 악화, 자금조달비용 증가 등을 유도해 주택가격 하방압력이 커진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이자상환부담 가중으로 직결돼 부실 위험도 커질 전망이다.

가계대출 실제 상환율만 보더라도, 일시상환방식 대출 및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2020년 2분기 18.1%에서 2022년 1분기 15.5%로 2.6% 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신용대출의 상환율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이후 상승 전환한 반면 주택담보대출 상환율은 14.9%에서 11.6%로 3.3% 포인트 떨어졌다.

주: 1) KOSPI가 2,000 수준으로 조정된 상황 하에서 부동산가격 하락 시나리오별 비율 변화 2) 부채 상환을 위해 자산 전부를 매각(유동화)한 후에도 갚지 못하는 부채 3) 21.3월 baseline 기준으로 시산 자료 한국은행, 금융기관 업무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주가 하락과 함께 가계자산의 86%를 차지하는 실물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모든 소득계층의 부채 대응능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이 2022년 6월 말 수준에서 20% 하락하는 경우, 대출이 있는 가구의 부채 대비 총자산 비율은 4.5배에서 3.7배로, 부채 대비 순자산 비율은 3.5배에서 2.7배로 낮아진다. 부동산 가격 변동률은 코로나19 기간 중 아파트 가격이 20% 가량 상승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

취약 부문의 부실 위험도 커질 것으로 관측됐다. 상환부담이 큰 취약차주와 ‘영끌’로 집을 구매한 청년층 과대차입자의 부실 우려가 크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청년층은 코로나19 이후 과도한 주택관련대출 차입으로 LTI가 높아져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도 빠르게 상승한 상태”라며 “금리 상승이 가계대출 연체율에 미치는 영향을 차주별로 추정한 결과, 취약차주와 청년층 과다차입자의 연체율이 기준금리 인상 시 여타 차주에 비해 더 크게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 현상이 심화하면서 대출로 회사를 겨우 유지하는 한계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오르면 한계기업 부실위험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2021년 중 한계기업 수와 차입금 비중은 각각 14.9%, 14.8%로 매출 증가 및 수익성 회복에 힘입어 코로나19 이전 수준(2019년 14.8%, 15.0%)으로 떨어졌지만, 한계기업 상태가 지속된 비중은 2020년 10.6%에서 2021년 10.9%로 증가했다. 이른바 ‘좀비기업’이 더 늘어난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자본이 취약한 비은행권에 대한 한계기업의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한계기업이 부실에 처할 경우, 금융시스템전체로 파급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아울러 금리 인상 시 채무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지원은 현재로서는 이달 말 종료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DSR이 추가 상승하게 된다.

보고서는 비은행권의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면 단기차입금의 차환리스크 등 신용·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또 기준금리 인상과 자산가격 하락 충격이 동반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저축은행·보험사·증권사 등에서 규제비율을 하회하는 기관이 일부 발생하는 등 복원력이 떨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은 높은 가계부채 수준 등 금융안정의 위험요인을 완화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나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부담 가중, 자산가격 조정 시 신용리스크 증대, 일부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등의 위험은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과 함께 부실위험이 높은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방안을 병행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감독당국은 금융시장 리스크 등이 금융불안 상황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시장 상황에 맞춰 공동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