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 등이 부진에 빠지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 실적을 지탱하던 반도체 부문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6.95% 급감한 2000억 원대에 그쳐 충격을 더했다. 연간 매출로는 300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달성했지만 빛이 바랬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반도체를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s) 부문이 매출 20조700억 원, 영업이익 2700억 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전년도 같은 분기(매출 26조100억원, 영업이익 8조8400억 원)보다 모두 크게 줄었다.

DS 부문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전체 매출은 70조4600억 원, 영업이익은 4조3100억 원에 그쳤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도 같은 분기보다 68.95% 줄어든 규모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4조 원대에 그친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 원) 이후 8년여 만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재고자산 평가 손실의 영향 가운데 삼성전자 고객사들이 지속해서 재고를 조정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실적의 대폭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반도체 산업은 재고량에 따른 제품 가격 변동이 크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만 보면 적자를 기록했다는 분석도 있다. 시스템LSI(Large Scale Integration·대규모 집적회로) 역시 업계 재고 조정에 따른 주요 제품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쇼크’는 하반기 들어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며 세트(완성품) 소비와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업황이 역대 최악에 직면했지만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며 “올해 시설 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인위적 감산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302조2314억 원으로 전년보다 8.09%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이 300조 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