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의 보증대상 전세가율을 현행 100%에서 90%로 낮춘다. 또 피해자에 대한 저리대출의 보증금 요건을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완화하는 한편 대출액 한도는 1억6000만 원에서 2억4000만 원으로 확대한다.

국토교통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특별단속을 하고 있음에도 조직적인 전세사기가 성행하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지난해 전세보증 사고액은 전년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1조2000억 원이며 전세사기 검거 건수도 2021년 187건에서 지난해에는 618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이번 방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100%에서 90%로 내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은 2013년 70%, 2014년 80%에서 2017년 2월부터 100%로 올랐다. 이 때문에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세입자와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은 뒤 보증금을 빼돌리는 일이 계속 일어났다. 국토부는 전세가율을 90%로 낮춘다면 3억 원짜리 집에 3억 원 전세를 들이는 ‘동시 진행’ 수법으로 빌라 수천 채를 매집하는 전세사기꾼이 활개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 1139채를 보유했다가 최근 사망한 ‘빌라왕’ 김모 씨 소유 주택들의 전세가율은 평균 98%다. 전세가율 90% 기준을 적용한다면 김 씨 소유 주택 대부분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전세가율 90% 기준은 신규 전세계약에 대해서는 올해 5월 1일부터 적용된다. 보증보험에 이미 가입해 보증을 갱신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올해 12월 말까지는 100%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저금리 대환 대출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다음 달부터 연 1~2% 저금리로 피해자들에게 가구당 2억4000만 원의 대출 지원을 한다. 5월에는 기존 전세대출을 저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기존 주택에 계속해서 거주해야 하는 임차인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이 역시 가구당 2억4000만 원까지 연 1~2%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단 전세보증금이 3억 원 이하인 경우에만 대출 지원이 가능하다. 아울러 불가피하게 경매로 주택을 낙찰받은 전세사기 피해자는 ‘무주택자’로 간주해 청약 당첨에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 무주택 인정을 받으려면 경매 낙찰 주택이 공시가격 3억 원(지방 1억5000만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여야 한다.

아울러 국토부는 공인중개사협회가 사용하는 임대차계약서에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특약을 도입한다. 또 임대인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임차인에게 반드시 그 사실을 고지하도록 했다. 전세사기 단속도 강화된다. 국토부는 단기간 주택을 대량으로 매집하거나 임대차 확정일자 당일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의심 거래에 대해서는 더 세밀한 관찰을 하기로 했다.

이 밖에 이번 방안에는 보증보험 가입 심사 때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에만 감정평가 가격 적용, 등록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고 있는지 관리, 전세사기 가담이 의심되는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공인중개사는 직무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자격이 취소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집행유예를 받아도 취소되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도입된다. 감정평가사는 지금은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형을 2회 받아야 자격이 취소되나 금고형을 1회만 받아도 자격이 취소되도록 법을 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