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이 벌써 에어컨을 틀어 달라고 아우성인데, 올여름이 무섭습니다.” “월평균 철근 생산 단가가 3억 원 정도 더 들겠네요.”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한 지난 15일 서울 시내 주택가에 전력량계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16일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면서 부산지역 소상공인의 시름이 깊어진다. 고물가에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데다 올여름 ‘냉방비 폭탄’까지 떠안게 됐다. 가스·전기 사용량이 많은 제강회사 등 지역 기업도 마찬가지다.

부산진구 양정동 고깃집 사장 이만수(65) 씨는 “주방과 불판에 액화석유가스(LPG)를 쓰는데 가스·전기요금 모두 걱정”이라며 “외식물가 인상은 자제하라면서 공공요금은 계속 올리니 자영업자만 죽어난다”고 호소했다. 이 씨는 지난해 여름 한 달간 80만 원 정도 전기요금을 냈지만, 올해는 100만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진구 서면의 한 고깃집 사장도 “최근 덥고 비가 자주 내려 에어컨을 틀고 있다”며 “돼지고기 도매가가 올라도 손님 끊길까 봐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가오는 여름이 정말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서면의 한 샤브샤브 가게 사장은 “육수를 10시간 이상 끓여야 해 매달 가스요금이 300만 원 내외로 나온다”며 “손님이 꽉 차면 에어컨 5대를 틀어도 덥다. 올여름 가스·전기요금을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냉방이 필수인 마트 편의점 카페 PC방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수영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이숙경(54) 씨는 “지난달 전기요금이 1년 전보다 30% 정도 올라 151만 원이나 된다. 그런데 또 요금 인상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330㎡(100평) 규모 매장을 25도 수준으로 유지하고, 쇼케이스와 냉장·냉동고 12개를 돌리려면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편의점 CU가 시범 도입한 ‘밀폐형 냉장고’. CU 제공

부산 A제강회사의 근심은 더 크다. A사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철근 생산 단가는 ｔ당 6000~7000원 오르고, 월 평균(생산량 4만5000여 ｔ) 3억 원가량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풍력발전업체 B사는 특히 가스요금에 민감하다. 풍력발전에 사용되는 타워플랜지는 워낙 규모가 커 전기보다는 가스로 가열한다. 산업용 가스요금은 지난해 말에 이어 이날 또 인상되면서 2020년과 비교하면 3배나 올랐다. 풍력발전은 한국과 중국·일본 간 경쟁이 치열한데, 우리나라만 가스요금이 급속히 인상돼 수출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B사 대표는 “2020년 연간 10억 원 정도였던 가스요금을 앞으로는 30억 원 정도 내야 한다”며 “이건 수출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편의점은 전기 사용량을 줄이려고 밀폐형 냉장고를 도입하고, 대기업은 에너지 효율을 높인 전자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이유진 기자 eeu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