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 여사가 지난 24일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LG사이언스홀에서 진행된 지적 장애인을 위한 손 씻기, 식사예절 등 생활습관 수업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아들 기리는 팬 보며 힘얻어

아들의 별명은 '무쇠 팔'이었다. 이기기 위해 던졌고, 던지면 이겼다. 아들의 이름은 한국 야구의 대명사가 됐고, 사람들은 아들을 레전드라고 불렀다. 아들의 이름은 최동원이다. 사람들은 그를 사랑했다.

야구선수 고 최동원(1958~2011)의 어머니 김정자(79) 여사는 아들이 받았던 큰 사랑을 자신이라도 조금씩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부터 매일 400개의 공을 던진 아들의 성실함처럼, 김 여사는 봉사활동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부산 서구 동대신동 서구종합사회복지관. 김 여사는 한 여성 장애인의 뺨을 마치 손녀의 뺨처럼 어루만졌다. "늦잠을 자서 아침밥을 못 먹었다"는 정신지체장애 여성의 투정을 받아주었다. 정신지체장애나 자폐증을 앓는 복지관 학생들은 김 여사에게 계속 말을 걸며 관심을 끌려고 했다.

김 여사는 최동원 감독(전 한화 2군)에게 서글서글한 눈매를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그 부드러운 눈매로 학생들의 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대화했다. 장애 학생을 운동시킬 때도 "잘한다"고 격려하며 눈으로 대화했다.

김 여사는 2003년 남편과 사별했고, 2011년 장남 최동원 감독을 떠나보냈다. 지금은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서 홀로 산다. 봉사활동은 2003년부터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편을 내려놓은 지 4년이 지난 뒤였다. 그러다 아들을 잃은 후 그녀의 봉사활동은 전환점을 맞는다. 아들이 이 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어떻게든 갚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팬들이 스스로 최동원 감독을 기리는 활동에 나서는 걸 보면서 이런 마음은 더욱 굳어졌다. 그런 마음을 밑거름 삼아 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날마다 봉사활동에 나선다.

월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적장애인과 함께하면서 바른 생활습관 형성을 돕는 봉사활동을 한다. 화·수·목·금요일은 오전 9시30분부터 11시까지 반송종합사회복지관에 나가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화·수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는 수영구노인복지관에서 한글교사로 일한다.

자원봉사 시간이 출근시간대와 겹치는 날이 많아 도시철도와 버스를 타도 서서 갈 때가 많지만, 열정은 꺾이지도 줄지도 않는다. "2009년 서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만 한 봉사활동이 500시간을 채웠다며 실버봉사상을 주더라고요. 올해 안에는 1000시간이 된다고 하네요." 김 여사는 수줍게 말했다.

김 여사는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아들 최동원이 야구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말없이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아들이 야구선수로 유명해진 뒤에도 어머니의 존재가 드러난 적은 거의 없었다. 김 여사는 봉사활동도 이렇게 꾸준하게 성실히 한다.

서구종합사회복지관 이미진 수녀는 "김정자 할머니는 힘들고 귀찮을 수 있는 일인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짐없이 복지관으로 오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