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지자체 모든 주민 무료 시행
- 시의회도 “전원 무료접종 해야”
- 市 등은 예산·물량 부족에 난색
- 일부선 단계적 확대 시행 제안

겨울철 유행할 독감과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비슷해 정부가 국가 예방접종 대상자를 늘리자 부산 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가 전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부산시와 나머지 15개 구·군은 예산과 백신 부족 등을 이유로 무료 예방접종 대상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독감과 코로나19가 발열과 기침이라는 공통 증상을 보여 방역현장 혼란은 물론 시민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만 13~18세와 만 62~64세를 국가 예방접종 대상자에 추가했다.

지난 10일부터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남구와 전남 순천·여수·보성, 제주도 등 일부 지자체는 나머지 만 19~61세에 대해서도 자체 예산을 투입, 무료 접종에 나섰다.

반면 남구를 제외한 15개 구·군과 부산시는 전 주민을 상대로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시행할 계획이 없다고 13일 밝혔다. 기초지자체 가운데서는 중구와 수영구가 가장 적극적으로 고려했으나 시행하지 않기로 결론 냈다. 중구 관계자는 “남구가 무료 접종을 한다는 소식에 담당 부서가 검토했으나 백신 수급 문제뿐 아니라 의료진 과부하로 국가 예방접종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등 문제가 많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도 “독감과 코로나가 증상이 유사해 전 시민을 상대로 예방접종을 고려했으나 백신 수량이 제한적인 데다 생산을 빨리 늘릴 수도 없어 우선접종 대상자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확보 가능한 독감 예방접종 물량은 2950만 명 분가량이다. 따라서 과거 마스크 부족 사태처럼 지자체가 무료 예방접종을 목적으로 백신 확보 경쟁을 벌이면 일시적 품귀 현상, 백신 가격 급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질본 관계자는 “올해 백신 물량은 전 국민이 모두 맞을 수 있는 양이 아니다. 백신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 정작 접종이 필요한 이가 맞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지자체에 예방접종 확대 시행 자제를 권고했다”며 “게다가 독감은 타미플루와 같은 치료제가 있으므로 모든 국민이 독감 예방접종을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전 시민을 상대로 한 무료 독감 예방접종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부산시의회는 검토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박민성(동래구 1) 시의원은 “코로나가 계속 유행하는 상황에서 시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가 예방접종을 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재원과 백신 확보가 쉽지는 않겠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면 전원에게 무료 접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아대학교 병원 정동식(감염내과 전문의) 교수는 “모든 시민이 예방접종을 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당장 여의치 않다면 우선순위 접종 후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올해는 노약자, 만성질환자뿐 아니라 젊은 세대도 반드시 예방접종을 할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