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부산미래혁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혁신위 미래비전 수립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박형준 신임 부산시장의 시정 철학과 비전을 구체화할 부산미래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출범했다. 혁신위는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구성됐으며, 박 시장의 공약을 정책 비전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도 협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논의나 교감이 없어 실제 성사가 될 지는 미지수다.

11일 하태경(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 혁신위 위원장은 지난 9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앞으로 최대 한 달간 박 시장의 향후 5년간의 시정 비전을 수립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부산시정의 가치와 비전이 불명확한 데다 백화점식으로 나열되는 것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비전을 구체화해 박 시장이 이끄는 사업이 무엇인지 시민에게 선명하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혁신위는 부산 발전을 위한 독주·독단 없는 통합과 협치를 기반으로 미래혁신 비전을 수립할 계획이다. 세부 목표로는 ▷박 시장의 시정 운영 가치와 공약 달성을 위한 비전 수립 ▷통합과 협치를 위해 여당의 공약 전략비전도 포용 ▷미래혁신 발전전략을 중심으로 비전 수립을 꼽았다.

혁신위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의 ‘부산을 동북아 제2의 싱가포르 국제경제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시정의 핵심 비전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 위원장은 “김 후보의 공약을 박 시장의 핵심비전으로 삼은 것은 우리가 독단·독주하지 않고 협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없이 단지 생각이 비슷한 박재호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과 물밑작업으로 협치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제대로 된 협치가 이뤄질 지는 의문이다. 특히 내년에 실시될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인사들이 박 시장의 비전 실현을 위해 힘을 보태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 위원장은 “어떤 식으로든 협력할 의사가 있다. 선거가 네거티브로 흘러 정책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중도성향인 김영춘 후보와 공약도 큰 차이가 없어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민주당 부산시당에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혁신위는 하 위원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황보승희(중영도)·김희곤(동래) 의원을 수석 대변인으로, 전진영 전 시의원, 김소정 변호사, 권성주 연세대 객원교수를 대변인으로 구성했다. 이어 이번 이번 주말까지 25명 안팎의 운영위원을 임명해 오는 12일 1차 공식회의를 열 계획이다. 운영위원에는 부산 기업가, 외국인 등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꾸릴 계획이다. 혁신위 1기 활동이 마무리되면 혁신위를 재편해 박 시장의 상시적인 자문위원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