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명 부정 수당 신청 사실 확인
- 시민단체 “도덕적 해이 선 넘어”

부산 경찰이 초과 근무를 신청한 후 경찰청 인근 헬스장에 갔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해당 헬스장에 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가면서 동선 추적 과정에서 확인됐다.

25일 부산경찰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경찰청 소속 직원 29명은 최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부산경찰청 인근 A헬스장에 확진자가 다녀갔는데 동선이 겹쳤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추가 확진자는 없었다. 밀접 접촉이 없어 자가격리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부산진구보건소가 밝힌 확진자의 A헬스장 이용 시각을 보면 주로 오전 6~8시와 오후 7~8시에 집중돼 있다. 부산경찰청 직원 29명도 대부분 출퇴근 시간 전후로 헬스장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로 부산경찰청사 내부 체육시설과 샤워장 운영이 중단되자 인근 시설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A헬스장은 부산경찰청과 약 200ｍ 거리에 있다. 문제는 동선이 겹친 29명 중 11명이 이 기간 초과 근무를 신청했다는 점이다. ‘일과시간 외 일을 더 하겠다’고 말해놓고 청사 밖 시설에서 개인 운동을 한 것이다.

부산경찰청 초과 근무 신청은 청사 5층에서 지문을 찍거나 컴퓨터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후 매달 초과 근무한 시간을 합산해 수당을 청구한다. 초과 근무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계급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당 1만 원 안팎이다. 경찰은 월 최대 45시간까지 초과 근무를 인정받을 수 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초과 근무 수당 부정 신청은 국민 세금으로 일하지 않고 수당을 받겠다는 것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특히 사정기관인 경찰의 도덕적 해이가 선을 넘었다. 최근 부산 경찰을 보면 자정 능력을 잃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시국에 굳이 헬스장에 가야 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민(여·40대)은 “목욕탕이나 헬스장에서 심심찮게 집단 감염이 나오는데 꼭 가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방역 지침 위반은 아니더라도 공무원인 만큼 코로나19에 대해 경각심을 더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외근 형사의 경우 심야 근무가 잦아 씻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11명의 직원 모두 이번 달 근무한 초과 근무 수당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월 60시간 이상 근무해도 45시간만 인정해주고, 이마저도 하루 1시간은 무조건 공제한다”며 “당사자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