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한 미용실 원장이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고객에게 모두 되돌려주는 ‘통 큰’ 선행을 펼쳐 추석을 앞두고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16일 부산 연제구 설레임헤어 매장 입구에는 ‘고객 사은품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는 문구가 붙었다. 미용실 원장 한욱(39) 씨가 지난달 희망회복자금으로 구매한 고객 사은품 소진에 따른 감사의 인사를 이같이 전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손님들이 급감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 원장은 정부로부터 받은 200만 원의 지원금을 오히려 고객 사은품 구매에 썼다. 일반 직장인 월급과 맞먹는 금액이지만 당장의 어려움에 연연하기보다 오랫동안 찾아줄 고객의 마음을 샀던 것이다. 한 원장은 커트 고객에게 1만5000원 상당의 샴푸를 지급하고 펌·염색 고객에겐 2만6000원 상당의 트리트먼트 세트 또는 드라이기를 선물했다.

한 원장의 선행 소식에 인근 주민들은 할 때도 안 된 커트를 하거나 갑작스럽게 염색을 했다. 선행으로 모범을 보인 가게의 매출을 늘려준다는 의미의 이른바 ‘돈쭐(돈과 혼쭐의 신조어)’을 내주러 주민들이 몰려든 것이다. 김민지(여·41) 씨는 “사장님 선행에 감동을 받았다. 좋은 뜻에 동참하고 싶어 일부러 염색했다. 마음만큼 실력도 좋아 다른 동네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원장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초 소상공인 지원금 100만 원을 받았을 때도 절반인 50만 원을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했다. 한 원장은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항상 베풀고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가게가 어렵지만 어려운 시기에도 가게를 찾아주는 고객을 위해 보답하는 차원이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