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포함한 전국 마필관리사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파업에 나선다. 노조는 마필관리사의 고용 불안과 업무량 불평등의 개선을 요구하지만, 한국마사회는 고용 관계에 개입하기 어렵고 어려운 경영 속에서도 상금 규모를 유지해왔다는 입장이다.

렛츠런파크 마필관리사가 경주마를 훈련시키고 마사를 관리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22일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는 다음 달 14, 15일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16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62.7%(참여자 156명 중 126명)의 찬성을 얻으며 준비를 마쳤다. 노조는 고용 안정과 업무 형평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마는 독특한 산업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마사회를 중심으로 ▷마주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 ▷생산자가 복잡한 위탁·고용 관계를 형성한다. 이 중 마필관리사는 조교사협회와 고용 계약을 맺는다. 2017년 이전까지는 조교사들과 간접 고용을 맺는 ‘파리 목숨’ 처지였다. 그러다 그해 5월과 7월 박경근(35) 씨와 이현준(36) 씨가 처우 개선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것 등을 계기로 집단 고용과 단체협약이 일부 이뤄졌다.

문제는 이들이 고용주인 조교사의 사정 때문에 반강제로 실직 상태에 빠지는 현상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생산자를 제외한 이들은 경주에서 확보한 상금을 정해진 비율대로 배분해 수입을 얻는다. 그런데 조교사가 은퇴하거나 징계 처분 등을 받아 경주에 참여하지 못하면 마필관리사 역시 상금(총액의 27.6%)을 받을 수 없다. 2019년 11월에는 부정 경마 등으로 조교사 2명이 면허 정지 6개월, 나머지 1명이 1년 정지를 받으면서 마필관리사 20명이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부산의 마필관리사는 281명으로, 이들이 일하는 마방은 모두 29개 조다.

직장이 사라진 마필관리사는 ‘99조’로 불리는 임시 마방에 배정된다. 이곳으로 이동한 마필관리사는 새 마방을 찾을 때까지 180만 원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버텨야 한다. 현재도 7명이 99조에 배정된 상태다. 재정 상황 등을 이유로 무급 휴직에 들어간 관리사도 15명이다. 고광용 지부장은 “형식적으로는 조교사협회의 고용안정기금으로 이들에게 월급이 지급되지만, 실제로는 노조에서 걷은 돈(상금의 2.63%)이 협회를 거쳐 전달되고 있다”며 “또 관리사 고용은 마사회와 조교사협회가 책임지고 힘쓴다는 게 협의 사항이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또 마필관리사들의 지역 간 업무량도 조정돼야 한다고 덧붙인다. 올해 기준 부산의 마필관리사는 281명으로, 이들이 사육·훈련하는 경주마는 모두 870마리다. 한 명당 3.1마리를 관리하는 셈이다. 반면 서울지역 마필관리사는 434명이 1265마리(1인당 2.9마리)를 책임진다. 그런데도 상금은 부산이 1인당 6180만 원, 서울이 8570만 원으로 약 2400만가량 차이 난다. 마필관리사를 추가 채용해 업무량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렛츠런파크 부산경남)는 코로나19로 경영 사정이 크게 나빠진 가운데서도 마필관리사의 상금 규모는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렛츠런파크의 매출액은 2019년 2조2734억 원에서 2020년 3302억 원, 지난해 3043억 원으로 90%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난 적자는 563억 원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마필관리사 몫의 상금은 2019년 190억 원에서 올해 186억 원으로 거의 줄지 않았다. 렛츠런파크 관계자는 “경마업이 존폐 위기에 놓인 상태에서도 마필관리사 상금은 최대한 지켜줘 왔다. 관리사의 고용은 조교사협회의 소관이지만, 일자리가 사라진 관리사의 고용을 승계한 조교사에겐 인센티브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은 부산·경남을 포함해 서울과 제주에서 동시에 벌어진다. 제주지부는 이날부터 부분 파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