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득표율 낮으면 회수 어려울 수도
- 김석준 13억·하윤수 14억 채워
- 함양 진병영은 89분 만에 마감

6·1 지방선거와 교육감선거를 앞두고 부산 등 지역 정가에서 선거 펀드가 인기다. 후보자는 싼 금리로 막대한 선거 비용을 모금할 수 있고 지지자를 결집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지지자도 단기간 내 원금에 이자까지 받는 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후보자가 중도 사퇴하거나 낮은 득표율로 선거 비용을 보전 받지 못하면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시교육감선거에 출마한 김석준 후보와 하윤수 후보는 선거 펀드를 개설해 각각 13억 원과 14억 원의 목표액을 달성했다. 김 후보는 6시간, 하 후보는 2시간 만에 목표액을 채워 선거 펀드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두 후보 캠프는 선거를 치르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 비용을 보전 받으면 원금에 이자(금리 연 3%)를 더해 투자자에게 상환한다. 경남에서도 함양군수에 출마한 무소속 진병영 예비후보가 선거 펀드를 출시한 지 1시간29분 만에 목표액 1억1000만 원을 거뒀다. 무소속 이홍기 거창군수 예비후보도 목표액 5000만 원을 조기에 마감했다.

선거 펀드는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후원금과는 다른 개인 간의 채무 형태로 이뤄져 있다. 법에서 따로 규제하지 않아 선거 비용이 부족한 후보들이 주로 개설한다. 보통 후보들은 선거 펀드를 모집한 뒤 추후 선거 비용을 보전 받으면 원금에 이자를 더해 돌려준다. 이에 보통 선거 비용 제한액보다 작은 규모로 펀드 목표액을 설정한다.

선관위는 선거 비용 제한액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지출한 선거 비용을 선거일 후에 관할 지자체(교육감선거는 교육청)의 부담으로 보전해준다. 6·1 지방선거에서 시장과 교육감의 선거 비용 제한액은 14억7800만 원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는 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 비용 제한액 내에서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고, 10% 이상에서 15% 미만이면 절반만 돌려받게 된다.

부산의 한 정치인은 “득표율이 낮을 것 같은 후보는 아예 펀드를 개설하지 않는다. 주요 정당 후보가 돼 어느 정도 득표율이 보장되면 펀드를 개설하는데 선거 비용 제한액의 50~60%를 모집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비용 보전은 예비후보자나 후보자로 등록할 때 내는 기탁금과도 별도다. 공직선거법은 무분별한 후보의 난립을 막고 불법행위에 관한 제재금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 기탁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 비용 보전은 헌법상 선거운동의 기회 균등 원칙 등에 따라 후보자가 선거 운동을 하는데 소요된 비용을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하는 제도다.

다만 후보자가 중도 사퇴하거나 낮은 득표율로 선거 비용을 보전 받지 못하면 선거 펀드 참여자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펀드는 후보자가 개인적으로 선거 비용을 원활하게 모금하기 위해 진행하는 개인 간의 채무다. 선관위가 따로 관할하는 부분은 아니다”며 “다만 이자가 시중 금리 등보다 높으면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