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발견된 단청용 채기(물감 그릇)는 조선시대 후기에 유행한 백자 분청 사발로 밝혀졌다. 또 단청 시공 시기(1759년)가 명확히 표기된 데다 보존 상태도 양호해 조선시대 후기와 지역 도자사 연구에 사료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통도사는 9일 오전 단청용 채기가 발견된 대광명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러한 내용을 설명했다. 이 채기는 지난달 대광명전의 단청 기록화 조사 과정에서 후불벽 기둥 상부에 얹힌 상태로 발견됐다. 직경 15㎝ 높이 7.5㎝에 굽의 직경이 5.5㎝로 조선 후기 백자분 청사발에 속한다. 조선 후기 막사발의 전형적 형태를 띤다. 송천 스님(통도사 성보박물관장)은 “조선시대 사찰은 자급자족 문화가 있었다. 물감 그릇도 스님들이 만들어 썼을거라고 생각한다”며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그릇을 그림을 그리는 데 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감 그릇 안에는 안료가 굳은 채 남아있다. 단청 전문가인 구본능 도화원 대표는 “단청을 그리던 분이 위쪽 단층을 그린 후 밑으로 내려오면서 물감 그릇을 깜박하고 두고 내려와 지금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통도사는 전문기관을 통해 물감 그릇 속 안료 성분이 대광명전 단청 안료와 같은 성분임을 확인했다. 송천 스님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통도사에는 유무형의 소중한 자산이 많은데 물감 그릇 발견으로 그 가치를 더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