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 입감 과정에서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 피의자가 도주해 경찰의 허술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미등록 외국인 추방 관련 사건사고가 이어져 대책 마련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된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베트남 국적 A(20대) 씨가 도주해 추적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국수대는 지난 22일 밤 10시40분께 A 씨를 연제경찰서 유치장에 가두려 했다. 당시 경찰은 경찰서 정문을 통과해 유치장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주차장에서 A 씨를 내리게 했다. 하지만 차 문을 열자마자 A 씨는 경찰을 밀치고 달아났다. 경찰서 정문을 지나 도주해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문제는 A 씨가 도주한 곳이 바로 경찰서였고, 그를 지키고 있었던 경찰이 최소 3명 이상이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A 씨는 차 안에서 수갑까지 차고 있었으나 도주에 성공했다. 경찰의 피의자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밀입국해 건설 현장 등에서 일했던 미등록 외국인이다. 추가적인 범행 위험 가능성은 작다”며 “손이 비정상적으로 작아 수갑을 푼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폭력이나 마약사범 등 악질이 아니었던 점에서 방심하지 않았나 짐작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등록 외국인의 체류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국제신문 23일 자 8면 보도)하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2일 경남 김해에서는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돼 부산출입국·외국인청에서 보호 중이던 태국 국적 B(45) 씨가 자해한 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하는 사고도 벌어졌다. 이 외에도 2019년과 2018년에도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미등록 외국인이 숨지는 일이 있었다.

이에 단속보다는 불법체류자의 국내 경제적 기여를 인정해 양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들을 양성화하면 한국 정부가 이들을 눈감아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여기에 미등록 이주를 부추기는 브로커까지 성행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