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예산권 없어 각종 사업 한계
- 스토킹 피해자 지원 등은 큰 성과

“부산자치경찰위원회가 국가 경찰에 적을 두고 있는 경찰을 데리고 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을까요? 예산도, 인사권도 없이 시민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서둘러 제도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1년이 아니라 2, 3년이 지나도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정용환 부산자치경찰위원장이 자치경찰제 보완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부산 자치경찰이 얼마나 시민 속의 제도로 잡았는지를 듣기 위해 5일 부산자치경찰위원회에서 정용환(69) 위원장을 만났다. 정 위원장은 인터뷰 시작부터 작심하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 위원장은 우선 국가경찰-자치경찰 일원화 모델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자치경찰제가 첫발을 뗀 건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조직이 일원화돼 있다 보니 현장에서 혼선이 많다. 대표적인 게 바로 인사·예산 문제”라며 “지휘권은 있는데 인사권과 예산 편성·집행권이 없으니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사업을 하나 하려고 해도 시와 시의회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 작업도 만만치 않다. 예산을 달라고 해도 ‘인사권도 없는데 우리가 왜 예산을 줘야 하느냐’는 반발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시가 자치경찰을 ‘우리 업무’라고 확신하지 못하니 사업의 추진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 위원장이 지난 1년 동안 집중했던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시 고위 공무원, 16개 기초단체장, 각 경찰서와 대학 총장까지 일일이 만났다. 정 위원장은 “국가경찰-자치경찰 일원화 때문에 부산시에서도 제도 자체를 잘 모른다. 모두 경찰 업무로 알더라. 시의 모든 국장, 실장을 일일이 만나서 자치경찰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했다”며 “기초단체장도 만나 취약지구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각 경찰서의 서장과 과장도 만나서 간담회를 하고 자치경찰제도를 알렸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행정안전부가 나서서 시급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완전히 구분해 이원화된 모델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입법적 사안이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행안부가 시행령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 어정쩡한 인사권을 자경위로 옮기고, 지구대와 파출소를 원래대로 생활안전부서로 복귀시켜 자치경찰 지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경찰국 설치처럼 행안부가 의지만 가지면 금방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러 제도의 한계 속에도 자랑할 만한 성과도 소개했다. 정 위원장은 “자치경찰 취지에 맞게 시민이 치안 정책을 제안하는 ‘치안 리빙랩’ 사업이 있다. 부산자치경찰이 출범 이후 줄곧 해오는 사업인데 학계, 경찰 등과의 협의를 통해 3개 사업으로 정리했다. 곧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토킹 피해자 지원 솔루션 협의회, 가정 폭력 피해자 보호 대응 모델 등 치안 사각지대에 있는 범죄 피해자를 돕는 사업도 지난 1년의 주요 성과”라고 말했다.

경남 하동 출생인 정 위원장은 1983년 간부후보 31기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경남 밀양경찰서장과 부산 금정서장 등을 거쳐 부산경찰청 보안과장을 끝으로 2013년 경찰 생활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