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신고 3분뒤 10시18분 경찰 출동 요청
- 소방서장 11시5분 첫 지휘 “비번도 동원”
- 구급차 진입로 확보 위해 재차 지원 요구
- 경찰청 1시간 넘게 상황 파악 시간 허비
- 용산서장 전화 안되는 등 지휘계통 마비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압사당하게 생겼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 10시15분 소방상황실에 최초 접수된 신고 내용이다. 이후 소방은 무전을 통해 끊임없이 추가 인력과 경찰 출동을 요청한다. 하지만 경찰은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제대로 된 상황 파악조차 되지 않은 마비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는 8일 서울 종합방재센터의 ‘용산 이태원동 구조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경찰과 관련된 요청이 처음으로 언급된 시점은 밤 10시18분이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 밤 10시15분 이후 3분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10시20분과 24분에도 “경찰 출동을 독촉해 달라”는 요구가 소방 무전을 통해 전파된다. 10시31분에는 현장지휘팀장이 “경찰에 골목 앞쪽의 행인을 대로변으로 유도 요청해달라”고 말한다.

지휘팀장은 10시29분 “현재 차량 진입이 곤란한 상황이라 대원들이 도보로 이동 중”이라고 보고한다. 그는 2분 뒤인 10시31분 “해밀톤 호텔 바로 옆 골목에 30명 정도 되는 행인이 넘어져 있는 상태고, 구급차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 때 3명의 의식이 없다는 신고 내용도 공유된다. 10시42분에는 “15명 CPR(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데, 인원이 모자란다. 대원들 빨리…”라는 추가 출동 요청이 들어온다.

지휘팀장은 10시4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호텔 왼쪽 골목 쪽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경찰에 요청해달라”고 한다. 11시께 “30여 명이 의식이 없다” “대원들 더 보내주셔야 한다”는 내용의 무전이 녹음됐다.

용산소방서장은 11시5분 자신이 지휘한다고 선언한다. 그는 11시9분 해밀톤 호텔 뒤로 소방대원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한다. 곧이어 “경찰을 해밀톤 호텔 뒤쪽으로 많이 보내줘야 한다. 빨리”라며 재차 경찰 지원을 요구한다. 11시36분에는 비번 근무자를 모두 동원하라고 지시한다.

용산소방서장은 11시55분께 “녹사평에서 이태원역까지 통제가 안 되고 있다. 경찰에 추가 출동을 요청해 구급차가 빠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서 경찰은 제대로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이 8일 국정감사에 앞서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에 따르면 경찰청 치안상황담당관은 당일 밤 11시18분에도 “서울경찰청과 소방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2분 뒤인 11시20분에는 용산경찰서장에게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11시25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역시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발생 1시간이 넘도록 용산경찰서 지휘 계통이 마비된 상태였던 셈이다.

국정상황실은 이와 별도로 10시53분 소방청 상황실에서 사고 내용을 통보 받고, 밤 11시1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를 끝낸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상황실은 이후에도 용산경찰서장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밤 11시26분 통화에 성공하지만 “상황 파악 중”이라는 답변을 받는다. 4분 뒤인 밤 11시30분에 다시 전화했을 때도 “상황 파악 중”이라는 답변 밖에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