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청 “깜깜이 교육 부작용 해소”
- 일부선 평가시험 강제화 등 반발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의 1호 공약인 ‘부산학력개발원’이 21일 공식 개원했다. 학력개발원은 기초학력 보장과 학력 증진을 위한 종합센터 역할을 맡을 예정이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학력 신장’에만 치우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부산진구 부산미래교육원에서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이날 개원한 부산학력개발원의 기능과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하 교육감은 이날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학력개발원(미래교육원 건물)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와 깜깜이 교육으로 저하된 기초 학력 보장과 학력 격차 완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학생 맞춤형 학습지원은 정확한 진단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초 학력 저하와 동서 간 학력 격차를 부산학력개발원을 중심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하 교육감은 학력 저하 및 지역 간 학력 격차에 대한 현황 분석 자료를 공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전국적으로 중학생의 수학 교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2년 3.5%에서 2021년 11.6%로, 고등학생은 같은 기간 4.3%에서 14.2%로 각각 3배 이상 증가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 조사로 실시했던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학교별·지역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기간 부산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하지만 전국 3% 표집방식으로 바뀐 2017년부터 부산 학생들의 정확한 학력 수준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졌으며, 이때부터 깜깜이 교육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게 시교육청의 분석이다.

이에 부산학력개발원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 등 데이터에 기반한 학력 분석을 통해 학력 정도와 부족한 영역을 진단한다는 계획이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학생별 학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학습 부진의 원인 분석부터 학력 신장 방안, 수업·평가 및 진로·진학 지원까지 일원화해 학생들에게 통합적 지원을 제공하게 된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의 경우 학생 개인의 순위나 등급은 표시되지 않는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교원 단체와 학부모 등 일선 현장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앞서 시교육청은 관내 모든 학교로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필수적으로 참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사실상 시험을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박용환 정책실장은 “부산학력개발원에서는 학생 개개인을 들여다보는 입체적인 평가로 교육 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와의 소통 역시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교사노조 윤미숙 위원장은 “학력 평가시스템이 발전해도 학교 현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운영의 묘를 살리기 어렵다”면서 “과밀학급에서는 교사당 학생 수가 너무 많고, 방과후시간 대부분은 행정 업무에 소요된다. 교사들이 학생을 가르치고 평가하는 데 집중하는 환경이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 김소영 부지부장은 “기초학력 증진이 사교육 도움없이 공교육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지역·학교 간 격차, 교사 수급 문제 등 구체적인 계획도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