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원도심을 대표하는 ‘부산 크리스마스트리 문화 축제’(트리 축제) 예산 수억 원을 편성한 후 기존 주최 측이 배제됐다며 예산 교부를 거부하는 등 시와 지자체 간 예산 관련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시의 예산 교부 불허 방침에 올해는 각종 부대행사를 줄인 채 진행될 것으로 보여 축제 대목을 노리던 상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트리축제 모습. 국제신문DB

중구는 트리축제 예산 2억5000만 원을 추가 확보했다고 23일 밝혔다. 다음 달부터 두 달간 예정된 제14회 트리축제는 중구 기존 예산 2억 원에 추가 예산을 합해 4억5000만 원을 들여 중구 단독으로 치를 계획이다. 그동안 트리축제는 중구와 시 예산에 주최자인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의 지원금으로 열렸다. 지난해는 중구 2억 원, 시 2억8000만 원에 부기총이 7000만 원을 지원하면서 5억5000만 원으로 진행됐다.

중구와 시의 예산 마찰은 부기총 관계자가 트리축제 비용 일부를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부터다. 최근 부산경찰청은 업무상횡령혐의 등으로 부기총 관계자 A 씨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트리축제 시설물 설치업자에게서 기부금 형태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중구는 부기총을 올해 트리축제 주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중구 관계자는 “횡령 의혹을 받는 단체와 행사를 함께 치를 바에는 자체 예산을 늘려 트리축제를 진행하겠다”며 “트리축제의 이름을 ‘광복로빛축제(가칭)’로 바꾸는 등 종교색도 지울 예정이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시가 관련 예산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예년보다 부대 행사를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아직 혐의가 최종적으로 입증된 게 아닌데 주최 측이 바뀌어 예산 집행이 어렵다”며 “중구와 부기총의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구는 4억2000만 원 규모의 시설물(트리 등) 제작 입찰을 진행하고 있어 2개월간 3000만 원으로 각종 행사를 치러야 돼 홍보 및 볼거리 부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진행 중이었지만 홍보비 및 각종 행사 비용이 7000만 원이었다. 광복동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곽해웅(65) 씨는 “종교색을 뺀다는 중구의 입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예산이 줄어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지 않는다면 트리축제를 즐기러 오는 발길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행사기간 2달 동안 최대 700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며 “예산은 줄었지만 즐길거리가 많은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기총 관계자는 “트리축제를 처음 시작해 부산의 대표 축제로 키워왔는데 행사에서 계속 배제된다면 부기총의 명예가 실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올해 중구 행사 참여는 힘들겠지만 다른 구에서 비슷한 축제 진행 의사를 밝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