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격무에 시달리다 숨진 부산 동구 보건소 고(故) 이한나 간호사가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국제신문 지난달 20일 자 온라인 보도)받은 가운데 인사혁신처가 재판부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한 걸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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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전국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31일 고(故) 이한나 간호사의 위험직무 순직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했다. 인사혁신처는 2021년 5월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이 간호사의 사망을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하지만, ‘위험직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제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고(故) 이한나 간호사의 유족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유가족의 손을 들어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 간호사는 2015년 11월 간호직 공무원에 임용돼 2020년 초부터 본업이던 정신건강 관리 업무 외에도 코로나19 대응 업무가 더해져 격무에 시달렸다. 이 간호사는 최소 68시간, 최대 97시간을 초과 근무했고 1000명이 넘는 자가격리자를 관리했다. 대규모 역학조사 업무를 담당했을 때는 평일 밤 10시 퇴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출근해 막대한 업무량을 감당했다.

이후 이 간호사는 관내 정신병원의 코호트 격리 담당자로 지정되며 극심한 부담감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갑작스러운 업무 변경과 과도한 업무량으로 심한 불안 장애에 이르렀고 극단적 선택 이틀 전 포털 사이트에 ‘공황장애’ ‘사회 불안장애’ ‘공무원 질병휴직’ 등 검색하는 등 극도로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였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코로나19 대응 업무가 ‘위험직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감염병 확산 방지’ 활동을 수행하다 감염의 공포와 과중한 업무량,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식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번 판결로 공무원 위험순직 인정 범위가 넓어져 유사 사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동안 인사혁신처는 위험직무수행 중 실제 감염병에 걸리거나 숨진 경우에만 위험직무 순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공무원의 자해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경우에도,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뤄지는 직무와 관련된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이뤄진 자해행위라면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판결은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업무를 수행하다 숨진 공무원에 관해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한 판결로 의미가 크다”며 “인사혁신처는 항소를 즉각 취하하고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