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극심한 생산직 인력 부족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체 인력으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무단 이탈해 잠적하는 일이 빈발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국제신문 자료사진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태국 국적 노동자 7명이 HD현대중공업에 기간제 계약직으로 입사한지 일주일여 만인 지난달 25일 돌연 잠적했다. 비숫한 때에 HD중공업 협력사 소속 외국 노동자 2명도 현장을 이탈했다. 앞서 지난 2월에도 태국 노동자 4명이 무단 이탈해 3개월째 무소속이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30여 명이 대거 이탈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 입국이 용이한 특정활동 비자(E-7)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온 뒤 곧바로 잠적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즉, 인력난을 겪는 국내 조선업체 취업을 빌미로 주로 전문 기능인에게 발급해 주는 E-7 비자로 입국한 뒤 며칠 출근하다 돌연 자취를 감춘다. 이들은 조선업 현장을 이탈한 뒤 농·어촌으로 파고 들어 농사일이나 고기잡는 어부로 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는 조선업체에서는 월 250만~270만 원 정도를 받지만 4대 보험 등을 공제하면 실질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농촌 비닐하우스나 어선을 타면 4대 보험도 공제하지 않는 데다,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아 단기간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조선업체 취업은 이 일을 하기 위한 빌미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이 조선현장을 무단 이탈해 농·어촌에 불법 체류하면 추적이나 확인이 쉽지 않아 사회안전망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자체는 단속권이 없고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적은 인력으로는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어서 사실상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업계에서는 갑작스런 현장인력 부족사태가 예상됐음에도 미리 대비하지 못한 기업 탓도 있지만 허술한 제도나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 책임도 크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내·외국인 모두 동일하게 적용하는 현행 최저임금 체제를 손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가 당초 발급받은 E-7 비자 목적을 어겨도 역시 인력난을 겪는 농·어촌 노동 현장에 취직이 쉽게 되고 돈도 더 받으니 이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들에 대한 관리를 고용 사업장에만 맡겨서는 안된다. 지자체에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등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