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친분이 있으니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불법 다단계 범죄 총책을 속여 수억 원을 뜯은 법무법인 전 사무장(국제신문 지난 4월 8일 자 8면 보도)이 중형에 처해졌다.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부산지역 한 법무법인의 사무장 출신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1억45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A 씨와 함께 기소된 브로커 B 씨는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1억6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A, B 씨는 유사수신업체 총책인 C 씨에게 수사기관 청탁 비용 명목으로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8차례에 걸쳐 9억 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C 씨는 불법 다단계 조직을 운영하며 거액의 ‘검은 돈’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경찰이나 검찰이 자신을 수사할 지 모른다는 걱정에 빠져 있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브로커 B 씨는 그에게 A 씨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법무법인의 외근 사무장인 A 씨가 검경과 친하니 사건을 무마시킬 수 있을 거라고 했다. A 씨는 C 씨에게 수사나 고소를 무마시키려면 수사기관에 청탁해야 한다며 총 3억 원을 뜯었다. B 씨에게는 C 씨를 소개해 준 대가로 8200만 원을 줬다.

A, B 씨는 합심해서 C 씨 돈을 뜯기도 했다. 이들은 C 씨에게 “동종 전과가 있으니 전과가 없는 사람을 바지사장으로 세우자. 그러면 참고인 조사 정도만 받고 끝날 수 있다”고 속이곤 바지사장의 형사공탁금이나 보상 등에 필요한 돈을 요구했다. 이런 식으로 C 씨에게서 5억2000만 원을 받아낸 A 씨 등은 차명 계좌에 이 돈을 숨겨뒀다.

A 씨는 돈을 받거나 수사기관에 청탁해주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 씨는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됨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명으로만 일관하면서 형사 처벌을 회피하려는 시도만 하고 있다”며 “이전에도 유사한 수법으로 피해자의 금원을 지급받아 보관하다가 횡령한 사실이 있었던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