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부산시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기장군의 ‘기장읍성’의 최초 축성(초축) 유적이 발견됐다. 처음 읍성을 쌓을 때 만든 해자가 확인되는 등 그간 기록으로만 있어 추정만 하던 최초 축성 시기가 실제로 확인됐다. 기장군은 이번 발견을 토대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승격을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발견된 부산 기장군 기장읍 서부리의 기장읍성 초축 및 해자 전경. 조성우 기자

최근 발견된 부산 기장군 기장읍 서부리의 기장읍성 초축 및 해자의 발굴 작업 현장. 부산 기장군 제공

부산 기장군은 14일 오전 11시 기장군 기장읍 서부리 기장읍성 발굴조사 현장과 함께 최초의 성곽유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번 정밀발굴조사에서 발견된 서문지 성곽유적은 이미 발견됐던 남·북문지 성곽과 달리 기장읍성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장읍성 총 둘레는 약 1.2㎞로, 서·남·북문지가 있었다고 기록에 남아있다.

서문지 성곽과 함께 체성 해자도 발굴됐는데, 개축 성벽보다 밑에서 발견돼 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해자가 만들어지고 그 위로 개축 성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문헌기록으로만 남아있던 유적이 발견됨에 따라 1490년~1530년 만들어진 개축 성벽보다 앞서 1425년(세종7년) 이미 초축이 있었던 사실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체성은 성곽을 둘러싼 성벽을 뜻하며, 초축은 처음 건축된 기초 성벽을 말한다. 개축은 기존 성벽을 허물거나 다른 재료로 새롭게 다시 쌓는 행위다. 해자는 성벽 둘레를 따라 판 물길이다. 해자의 잔존 규모는 길이 32ｍ 깊이 0.7~1.5ｍ 너비 6.4ｍ다. 초축은 대략 길이 10ｍ가 지표면에 드러났다. 다만 해자와 초축 모두 발굴이 진행 중인 만큼 잔존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성곽 외벽은 기초부 위에 지대석(터에 쌓는 돌)을 설치한 후 돌을 쌓아 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대석 하단에는 성벽을 더 단단하게 하는 작업이 확인됐는데, 이는 기장읍성 구조를 복원하는데 중요해 학술적 의미가 크다.

기장읍성 서벽 일원 정비사업의 정밀발굴조사는 재단법인 울산문화유산연구원이 지난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맡았다. 앞서 7·8월 연구원은 시굴조사도 진행했다. 울산문화유산연구원 황대일 조사팀장은 “기장읍성 해자는 일반적인 직선 형태와 달리 계단식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오늘 자문회의에서 다른 개축 성벽 밑으로 해자가 지나가는지도 확인해보라는 의견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장군은 이번 초축 발견을 바탕으로 시 지정 문화유산인 기장읍성의 국가사적 승격을 본격 재추진한다. 앞서 2020년 1월 군이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에 승격신청을 했으나, 2021년 6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류 결정됐다. 당시 학술성과 등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군은 이번에 최초의 축성 시기가 확인되는 등 고고학적 의미가 충분히 커졌다고 판단해 다시 심의를 받을 계획이다.

기장군 문화관광과 문화유산팀 관계자는 “자료 보완을 거쳐 내년 2월께 다시 국가유산청에 신청을 할 예정”이라며 “승격이 이뤄지면 전국적으로 지역 국가유산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