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난방 수요가 급증한 한겨울 유럽연합(EU)를 상대로 가스 공급을 전격 차단했다. 우크라이나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미국과 EU 등 서방세계를 향한 러시아의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이 21일(현지시간) 중단됐다고 독일 에너지 운송기업 가스케이드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가스 수송로 중 하나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20일 가스관 수송 용량(하루 8910만㎥)의 약 4.3% 수준인 380만㎥까지 떨어뜨리는 등 공급량을 줄여오다가 21일 급기야 중단했다.

다른 주요 수송로인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지만 EU 가스 공급의 40%를 담당하는 러시아가 공급량을 전반적으로 줄이면서 유럽 내 가스 가격은 폭등했다. 유럽 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1월 선물가격은 이날 한때 1000㎥당 2187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 10월의 사상 최고가 기록(1900달러)을 갈아치웠다. 전날보다 27% 이상 뛴 수치다.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 풍력 생산 차질, 닥치는 겨울 추위 등으로 전력난에 봉착한 유럽은 또다시 대형 악재를 맞게 됐다.

러시아는 “상업적인 이유(구매 수요가 줄어 공급을 축소했다)”를 내세워 공급을 축소하는 등 가스를 무기화하며 유럽에 발톱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이날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첫 전화통화에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을 우려하며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비우호적 행동을 계속한다면 상응하는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선정 기자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