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을 선언하면서 국제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2024년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B는 최근 내놓은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이 1973년 오일 파동에 버금갈 만큼 상승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은 지난해 거의 두 배로 오른 데 이어 올해도 50%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밀 가격 40%를 비롯해 곡물 가격도 올해 22.9% 상승할 것으로 WB는 전망했다.

WB는 “2024년까지 물가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에 계속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려면 정책 입안자들이 내수 진작을 위해 모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러시아가 가스 공급 중단 국가를 확대하면 유럽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에 유럽 시장에서 가스 가격은 4주 만에 최고치인 1메가와트시(MWh)당 118유로까지 20% 뛰었다.

한편 미국 에너지부는 28일 하루에 250만 가구가 난방을 할 수 있는 규모의 가스 수출을 늘리는 대책을 내놨다. 이날 미국의 기업 2곳에 하루 5억 세제곱피트(1415만㎥)의 액화천연가스 수출을 추가로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에너지부는 늘어난 수출 물량이 어느 나라로 갈지에 대해서는 “법과 정책에 의해 금지되지 않은 국가”라고만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하루 7억2000만 세제곱피트(2억388만㎥)의 천연가스 추가 수출을 허용했다.

가스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폴란드와 불가리아 국민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 폴란드는 연간 러시아에서 9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받아왔다. 인구가 650만 명인 불가리아는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가 90%에 달한다.

이번 가스공급 중단이 독일을 겨냥한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의 러시아에 대한 가스의존도는 35%에 달하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은행은 러시아로부터의 가스공급이 중단되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GDP가 2% 감소하는 데 이어 가스 부족이 정점에 달할 올해 겨울이 지나 내년에도 추락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독일 노동조합 총연맹과 독일 경영자 총연합은 최근 공동성명에서 “갑작스러운 가스 수입 중단은 독일 내 생산 중단과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은 이날 “독일의 러시아에 대한 가스의존도는 지난 수년간 55%에서 최근 35%까지 축소됐다. 그러나 완전히 대체하려면 2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2.2%로 하향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