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표 등 지역 정체성 연구 5인
- ‘부산학의 선구자들’ 업적 담아

- 옛 여행·귀양길, 日수탈 거점 등
- ‘옛길따라…’에 총망라해 재조명

부산연구원(BDI) 부산학연구센터가 그간의 연구성과를 모은 책들을 펴냈다. 특히 부산의 정체성을 밝힌 선구자들을 소개하는 ‘부산학의 선구자들’과 부산의 옛길에 관한 기록을 통해 부산의 새로운 모습을 찾는 ‘옛길 따라 만난 부산’은 향후 지역사에 귀중한 자료가 될 만한 성과들이다.

부산학의 주춧돌을 놓은 사람들. 왼쪽부터 향토사학자 박원표, 해양사학자 김재승, 역사학자 김대상, 민속학자 김승찬, 교육자·시인·소설가 최해군. BDI제공·국제신문DB

이들 책은 비매품이지만 공공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BDI 홈페이지에도 책을 PDF로 업로드할 예정이어서 관심 있는 독자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산학의 선구자들-박창희·차용범·박명흠·김은영·한태문 지음

부산학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에도 지역에는 존경받는 향토사학자, 문화운동가, 언론인이 많았다. 그중 부산학연구센터가 다섯손가락으로 꼽아 그 업적을 정리한 인물은 박원표 최해군 김대상 김승찬 김재승 선생이다.

부산 향토사 연구의 선구자 길포 박원표(1910~1986)는 지역사를 연구한다는 게 생소하던 시절, 부산항 개항 전후부터 100년간 부산의 역사를 확인하고 기록하는 과업에 매달렸다. 풍속 제도 신앙 야사 등 한 군데 쏠리지 않고 편견 없이 기록하고 집대성해 후대에 전한 학문은 지금 말하는 ‘통섭’ 바로 그것이다. 향토사 연구를 집대성한 솔뫼 최해군(1926~2015) 선생의 3권짜리 소설 ‘부산포’는 그 자체로 부산학이라 할 만하다. 교육자이자, 소설가·시인인 그는 부산의 긴 역사에 상상력을 입혀 수많은 글로 남겼다.

언론인이자 부산근현대사를 제대로 정리하는데 큰 공을 세운 재야 사학자 김대상(1930~2020)은 일제강점기와 근대화기에 지역 민중이 겪은 고통과 혼란을 바탕으로 부산근현대사를 정리하는 큰 공을 세웠다. 그의 일제 수탈사 연구와 친일청산을 위한 사회활동상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민초들의 애환과 해학을 세세하게 기록해 부산민속학의 길을 연 민속학자 김승찬(1936~2019)은 서민들의 삶터와 놀이터를 직접 찾아가 모든 문화를 기록한 시대의 기록자였다. 부산 해양사 연구의 거목인 김재승(1943~2011)은 해양도시 부산의 본질을 깊게 파고들어 세계 곳곳에 흩어진 항만·해양 사료를 모아 부산 항만사를 촘촘하게 엮었다. 이 책은 이들의 생애와 공로를 유례 없이 세세히 다루고 정리했다.

■옛길 따라 만난 부산-정경주·정길연·박순남·유영옥·엄원대 지음

선조들이 부산을 찾았던 기록을 통해 부산의 옛길을 재조명하는 책이다. 동래부사의 나들이길, 유배객이 거닐던 길, 선비의 마지막 길, 소통의 바닷길, 조선후기 통신사의 길, 일본 사절 접대의 길, 초량왜관 출입의 길, 낙동강 뱃길, 말 타고 부산 나들이 길 등 여행 온 선비, 파견 온 관리, 유배 온 귀양객이 걸었던 길을 따라간다.

강과 바다로 이어진 부산의 길,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이자 수탈의 본거지였고 육로의 거점이자 아름다운 유람지였던 부산의 모든 길을 새롭게 돌아본다. 저자들은 이렇게 재조명한 부산의 길들이 지역의 문화콘텐츠로 활용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