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카피, 플러스 이데올로기



- 정진경







-빼!



　땅 위에선 목련꽃이 피고 있는데

　지하철 안에선 날씬한 몸매를 가진 여자가

　비대한 여성들 욕망을 빼들고

　상큼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망설이지 마십시오.



　뒤질세라 망설이지 않고

　개나리, 철쭉이 철없이 동시에 피고 있는데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장단 맞추느라

　세상 꽃들이 한꺼번에 피는데

　신용불량 따위를 망설이고 있습니까?

　지구 수명은 언제 다할지도 모르는데

　전화 한 통이면 대출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지구온난화 때문에 당신은



　-편안한 숨을 원하지 않습니까?



　편한 호흡을 원한다면 로터리 한의원으로 가세요

　사통발달로 뚫린 그곳은 바람이 불어

　우발성 욕망으로 호흡이 가쁜 당신 몸을

　카드 한 번 빼는 것으로 해결해 주지 않습니까?



　그런 후에 청정지역에서 내놓은



　-부동산 시장을 먼저 선점 하십시오.



　지구온난화를 피해 갈 좋은 땅 한 평에 30만원

　카드만 한 번 휙 그으면 가능한 현실이 아닙니까?



　욕망에 편승하려는 당신의 도우미

　광고카피는 플러스 이데올로기의 전략

　하차란 없습니다



　 시집 ‘사이버 페미니스트’에서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1985년 7월에 개통하여 부산의 동북쪽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지던 1호선을 시작으로, 양산 김해까지 뻗어나간 부산 전철을 배경으로 한다. 차창으로 쌓인 눈만 보이지 않을 뿐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떠올리게도 한다.

　‘플러스 이데올로기’는 당연히’‘자본주의’로 읽히고 그래서 이 시가 아주 직설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1연의 ‘상큼한 포즈’를 취한 ‘날씬한 여자’가 실제 전철을 타고 있는 여자가 아니라 ‘여성들 욕망’을 건드리려고 정교하게 제작된 광고 사진 속 여자로 읽히는 것이다.

　화장품 광고이건 성형 광고이건 다이어트 광고이건 광고는 ‘욕망’을 건드려야 하니까. 그것도 그냥 욕망이 아니라 ‘우발성 욕망’이면 더욱 좋다. ‘망설이지 않고’ ‘신용불량 따위’는 관심도 없는, ‘전화 한 통’ ‘카드 한 번’으로 완성되는.

　흔히 ‘광고’를 ‘자본주의 꽃’이라고 한다.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면 ‘광고 카피’는 ‘광고의 꽃’일 것이다. 아니 조금 바꾸어 말하면 ‘휙 그으’며 대중의 욕망을 베고 지나가는 ‘광고의 칼’이다. 자본주의는 멈출 수 없는 게 있다. ‘생산’과 ‘소비’이다. 소비를 계속 부추기는 광고도 그래서 끝이 없다. 즉 ‘하차란 없’는 것이다.

　인간이 기계를 만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심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 또한 인간 욕망에 의한 과학적 기계화이다. 이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현대는 이미지화된 영상매체를 통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며 인간 심리를 공략한다. 인터넷이나 매체를 통해 형성되는 사회적 의식은 가장 빠른 시간에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야만 희망적이라고 속삭인다. 자신도 모르게 문명에 끌려가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듯 시스템화된 사회구조를 짚고 있는 시인의 통찰은 명징하다.

　현대인은 강력하게 자극을 줄 수 있어야 반응을 보인다. 시선을 붙잡기 위해서는 ‘광고 카피’처럼 짧지만 강력하게 인간의 심리를 명중해야 한다.

　‘-빼!’ 비수처럼 날카롭고 강열한 메시지는 위협적이다. 시스템화 된 사회구조는 ‘광고카피’ 그리고 ‘플러스 이데올로기’의 구분처럼 완벽한 전략이다. 오늘 하루도 식욕의 유혹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야 했던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자연조차 ‘뒤질세라 망설이지 않고’ ‘철없이 동시에 피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나 ‘지구의 수명’ 상품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공할 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디에선간 ‘나는 소비한다. 따라서 나는 존재한다’로 정의되는 호모 컨슈머리쿠스들에게 광고 카피는 더 달콤하거나 더 날카로운 비수를 준비 중일 것이다. 김곳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