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 작가의 지역 축제 유랑기
- 예고 없는 일정변경·어설픈 진행
- 뻘쭘하고 촌스러운 풍경 많지만
- 한국인만의 감성·열정에 응원
- 공감가는 유머로 애향심 자극해

여행을 좋아하니 지역축제도 자주 구경하게 된다. 누구든 그 시끌벅적한 (혹은 파리 날리는) 현장을 지켜보며 ‘대단히 높은 퀄리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축제 종류를 불문하고 행사장을 장악한 ‘뽕짝’ 리듬에, 조악한 장터 물건은 판박이처럼 똑같고 행사는 또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 거창한 축제 소개 팸플릿을 손에 쥔 채 축제 현장에서 ‘난 누구, 여긴 어디’ 정신이 혼미해진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의 폭소’를 터뜨릴 가능성이 크다.

특산물·문화·역사 등 다양한 주제로 열리는 전국의 축제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리산산청곶감축제, 의령 의병제전, 양양연어축제, 밀양아리랑대축제. 국제신문 DB

부부 작가 김혼비·박태하가 쓴 전국축제자랑에는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C급일 수밖에 없는 지역 축제를 타고난 B급 감성으로 소개하는 웃긴 에세이다.

‘“혹시 오늘 퍼레이드는 어떻게 되나요? (비가 와서) 취소되나요?” 그리고 답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퍼레이드? 비 온다고 해서 오전에 다 해 부렀어요.” 너무나 놀란 김혼비의 입에서 생전 처음으로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사투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네? 다 해 부렀어요?” “잉, 다 해 부렀어요잉.” 감사인사를 하고 살짝 혼이 나간 채로 돌아온 김혼비의 입에서 “다 해 부렀대.” 사투리가 다시 한번 튀어나왔고, 깜짝 놀란 박태하 역시 “뭐? 다 해 부렀다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미리 해 버리는 수가 있었지.’

‘우천 시 취소’나 ‘우천 시 연기’도 아니고, 비 올 수 있으니까 행사를 예고 없이 미리 치러버렸다는 주최 측의 당당한 해명에 당황하는 장면. 부르는 사람도 없는데 굳이 찾아가서, 멋대로 ‘이런 행사일 거다’ 기대했다가 여지없이 좌절당하는 이들의 좌충우돌은 한 편의 시트콤 같다.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마련한 홍어 축제 경매 현장에서 수입산 홍어의 경매가가 적정가격을 넘어서자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선착순 판매로 급선회해버리는 에피소드나, 로맨틱함과는 거리가 한참 먼 축제장에서 어리둥절한 프러포즈를 감행하는 커플, 허술한 행사장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경쟁을 벌이는 참가자들의 묘사는 축제 현장에 서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축제의 내용이 어떻든 판을 벌이는 사람이나 즐기는 사람이나 ‘진심’이다.

깔깔깔 웃다가 중반부터는 ‘그래서 지역축제는 이렇게 별로니까 가지 말라는 건가?’ 지방 사람으로서 약간 빈정 상하다가 결국은 ‘나도 한번은 가서 체험해보고 싶다’는 3단의 감정변화를 겪게 하는 책이다. 이렇게 열렬히 지역 축제를 찾고, 열심히 즐기고, 정성스럽게 웃기는 여행기는 처음이 아닐까.

촌스럽고 엉성하며 때로는 뻔뻔스러움까지 느껴지는 지역의 수많은 축제들. 곶감 팔고 멸치 팔고 홍어 파는, 촌스러워서 좋은 지역 축제가 어느 날 어울리지 않게 멀쩡한 옷을 입고 대단한 척 하고 있으면 얼마나 어색할지. 없어지면 또 얼마나 서운할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우리 동네에서 열리는 축제를 한 번씩 둘러봐야겠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