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하다보면 가끔 “기자를 처음 만나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좀 긴장도 되고”라며 부담스러워하는 취재원을 대한다. 그러면 늘 같은 대답을 한다. “에이,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기자라고 뭐 특별한 것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직업일 뿐이니까요.”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같아 보인다. ‘검사라고, 그것도 남초 조직인 검찰 내에서 여자사람 검사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단지 내 직업이 검사일 뿐이고 직장생활 내의 애환이나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겪는 일은 비슷하다’.

3명의 여성 검사가 ‘드라마가 아닌 현실검사’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썼다. 여성 검사라고 말하지 않고 ‘여자사람 검사’라고 쓴 것에서부터 단지 검사이면서 성별이 여성이라는 점만 알리고 싶었던 의도로 읽혔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 여성이라서 받은 불평등이나 부당한 대우는 없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보다는 엄마 검사로서 겪은 일들에 대해 더 많이 쓰고 있다. 육아의 고통으로 아이를 손으로 한 차례 때리고 난 뒤 아동학대 피의자를 조사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대목이나,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리고 괴롭히는 가해자가 되어 비난받고 자신이 가해자의 엄마에 자리에 서게되자 소년범의 엄마들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는 부분 등은 인간적이고 솔직하다.

한편으로는 출산이 임박해 위험한 상태였는데도 동료들의 고생을 걱정해 병원에 늦게 갔다는 일화에선 아쉬움도 느꼈다. 자신은 동료 검사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어 그랬겠지만 향후 다른 검사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마음 무겁지 않게 휴가를 쓸 수 있을까 싶어서다. 때로는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것이 오히려 조직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조직에 대한 사랑과 헌신, 동료애다. 스스로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열망을 오래도록 가져왔다고 밝힌 사람의 생각이다 싶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래서 검사들의 ‘조직 사랑’이 과할 만큼 남다르고 검사동일체 라는 말까지 있는 걸까 싶기도 했다. 요즘은 조직과 개인을 분리해서 생활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일이 보편적인 정서임을 떠올려보면 사랑해 마지 않은 조직에 몸담고 있는 것이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