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석 규모 클래식 공연·연습실
- 상단 유리벽, 가변식 ‘흡음 배너’
- 성악·기악 등 음향 맞춤형 조절
- 아카데미·실내악 축제 등 계획
- 실황 녹화 엔지니어 보강 과제

복합문화공간 F1963에 들어선 새로운 공간 금난새 뮤직 센터가 지난 1일 문을 열고 첫 선을 보였다.

지난 1일 부산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F1963에 금난새 뮤직 센터가 개관했다. 개관 기념 행사에서 금난새(아래 사진) 음악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이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열린 연주공간’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연주홀은 사방이 다 막혀있어 공연장 안에 들어오지 않고서는 공연 모습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곳은 지하 1층에 있으면서 지상으로 연결되는 4면의 벽이 유리로 돼 있어 지나는 행인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유리로 된 벽에는 천으로 만든 롤스크린처럼 보이는 가변식 어쿠스틱 배너(흡음 배너)가 설치돼 공연의 특성에 따라 음향을 제어할 수 있다. 배너의 길이를 조절해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 리허설에 맞는 잔향 시간을 맞추게 된다. 벽도 공연의 종류에 따라 각을 달리할 수 있는 가변구조다. 벽에 붙어있는 확산 패널을 병풍 접듯 접어 올려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현악을 많이 편성했을 때는 패널이 뾰족하게 튀어나오도록 예각으로 접어 올리고 성악 공연이 있을 때는 더 평평하게 만들어 두는 방식이다. 천장에도 음향반사판을 설치했다.

약 150석이 최대 인원인 이 공간은 연주는 물론 연습실로도 쓸 수 있다. 예술의전당, 대구 콘서트 하우스 등을 설계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김남돈 음향컨설턴트는 “지금까지는 내 대표작 중 하나를 꼽으라 했을 때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의 콘서트홀을 언급했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는 이곳 금난새 뮤직 센터를 꼽겠다”고 말했다. 김 컨설턴트는 “지금까지 내가 설계한 모든 공연 공간은 공연을 위한 곳이기는 했지만 오로지 예술가를 위한 공간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곳은 설계단계부터 금난새 음악감독의 요구에 충실하게 맞춤한 공간이라 남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공간을 의뢰하면서 고려제강 측이 한 말은 ‘금난새 음악감독이 원하는 대로 만드시오’가 전부”였다고 전했다.

이날 본격적인 연주를 들으면서 공간을 느낄 기회가 있을까 기대했지만 금 음악감독은 공간에 관한 설명과 앞으로의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12차례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하며 소리를 들어봤다. 피아노 독주 현악 목관 등에 피아노 반주로 오페라 카르멘도 연주해 봤는데 하나같이 음향이 좋다는 칭찬 일색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연 대신 짧은 곡들로 공간의 소리에 대한 느낌을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곡으로 박찬혁 피아니스트가 조지 거슈인의 ‘The man I love’란 곡을 연주했다. 코 앞에서 연주를 들으며 피아노의 소리가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을 받는 것은 큰 홀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 감각이다. 금난새 음악감독은 “우리나라는 클래식 음악 감상을 큰 홀에서 시작한다. 외국에선 작은 공간에서 몸으로 음악과 음향을 느끼는 실내악부터 재미를 붙여서 큰 홀의 연주를 찾아간다. 이 공간이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튜바 연주자 문지웅 씨가 V.몬티의 ‘차르다스’를 연주해 금관악기의 소리는 어떤 느낌인지를 경험하게 해 줬다.

금 음악감독은 “좋은 공간이 생겼는데, 어떻게 많은 사람과 이 공간을 즐길 수 있을지도 고민”이라고 하면서 음악 영상 촬영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이미 공연 중 실황 녹화나 스테레오 음원 녹음 시스템은 구축 돼 있지만 보다 더 프로페셔널한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엔지니어를 보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 음악감독은 “시대가 바뀌면서 음악 감상의 형태도 달라졌다. 이 곳 연주의 결과물이 좋으면 월드와이드로 가는 것도 문제가 없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청소년을 위한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실내악 페스티벌, 마스터 클래스 등 다양한 음악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도 밝혔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