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내의 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아파트와 주책.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머리 위에서 쿵쾅거리는 발바닥들의 소음으로 견딜 수 없다고 가가호호 귀에다 호소하는 스피커 소리(방송)를 듣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웃과 더 밀착된 듯 한 생활 현실은 이 시의 이미지를 실감하게 한다. 오늘 나는 누군가의 ‘코앞의 미소를 일그러뜨리’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보는 시다.

아파트는 산업화가 낳은 주거양식으로 우리나라 아파트 역사는 산업화·도시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산업화, 도시화, 인구 밀집에 따른 주택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아파트였다. 우리나라 최초 아파트는 1930년대 서울 충정로 5층짜리 건물(현재 충정아파트)로 일본인에 의해 지어졌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기술로 지은 최초 아파트는 1958년 중앙산업㈜이 지은 종암아파트이다. 현대화 물결은 대가족형태를 핵가족으로 바꾸었다. 최근에는 싱글족, 딩크족, 졸혼 등에 따라 주거공간은 빌딩 밀림 세계로 변한다.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 생활을 한다는데, 어떻게 보면 사람이 마치 개미구멍을 드나드는 개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눈 뜨면 우후죽순 솟은 빌딩숲을 보며 대한민국은 아파트공화국임을 실감한다.

시 ‘투명한 이웃’을 읽으니 망각했던 ‘세계’가 ‘당신의 코앞에서 닫’히는 문소리를 듣는다. 쿵 소리가 이제야 내 귀에 꽂힌다. 유리문을 마주한 공간의 벽은 ‘눈앞’의 ‘커튼’ 하나로 또 다른 ‘세계’를 ‘눈앞에서 부풀’리기도 한다.

‘코앞’ ‘눈앞’ ‘표정’까지 너무도 가까이 느껴지는 ‘투명한 이웃’으로 사는 우리. 나는 ‘훌륭한 이웃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 너무 가까운 소음과 냄새 표정까지도 너무 코앞에 ‘바짝’ 붙이고 있지는 않나? ‘유통기한을 연장’해가야 하는 ‘호의는’ 친절이 아니다. ‘내 발바닥 아래’도 내 머리 위에도 ‘바짝 들이댄 발바닥’과 ‘손가락’은 ‘사이사이 미끈거리며 파고’드는 소름 같다. ‘훌륭한 이웃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문과 커튼과 표정 너머에서’ ‘미소를 일그러뜨리’지 않을 일이다.

문득, 현대의 공간 구석구석에서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 현대인의 박탈된 자유를 생각해보다, 역설적이게도 문명의 이기 저편 ‘오래된 미래’를 떠올리는 이문재시인의 시구 일부를 떠올린다.

“점심 먹으러 갈 때마다 지나다니는 농업박물관 // 앞뜰에는 원두막에 물레방아까지 돌아간다 // 원두막 아래 채 다섯 평도 안 되는 밭에 // 무언가 심어져 있어서 파랬다 (중략) 우리밀, 내가 지나온 시절 // 똥짐 지던 그 시절이 // 미래가 되고 말았다 // 우리 밀, 아 오래된 미래 // 나는 울었다 (‘농업박물관 소식’ 중)

인간이 도달하고자하는 시점은 과연 어디인가? 어딘가를 향해가는 출발점과 돌아와야 하는 도착점이 같은 장소의 터미널에서 오늘도 달려나가고 날아오르는 차와 비행기 그리고….    김곳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