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 “북항에 유치 희망… 문화 분권 중요”

전국 지자체가 ‘국립 이건희 미술관(가칭)’ 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모로 최종 입지를 결정할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13일 시립미술관에서 ‘이건희 미술관’ 유치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박 시장은 13일 부산시립미술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건희 미술관을 두고 뜨거운 유치전이 이미 시작됐지만 불필요하게 과도한 경쟁이 돼서는 안된다”며 “전문가들이 입지 선정, 운영 방식,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세워 유치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문체부가 공모 절차로 미술관 입지를 선정해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이건희 미술관’ 건립 이슈는 지난달 28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에 수집한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 등 사회에 환원하면서 촉발됐다. 워낙 방대한 규모의 작품 기증이 이뤄진 데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국립미술관 신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 부산을 포함해 대구 인천 세종 진주 여수 평택 등의 지자체가 이건희 회장과의 인연 등을 내세우며 유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체부는 이건희 미술관 건립 문제와 관련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지만, 문화예술 분야의 균형 발전 차원에서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과천 청주에 있으며, 일명 ‘이건희 컬렉션’의 순회 전시 또한 국립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박 시장 또한 문화 분권을 강조하며 이건희 미술관의 지역 유치를 주장했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 미술관은 전국 200여 개 가운데 5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의 힘을 전 국토로 확장시켜 나라 전체를 품격 높은 문화국가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관점에서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역에 들어서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건희 회장님이 평생을 지켜오신 ‘문화보국(文化保國)’ 유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장소는 부산이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건희 미술관을 지을 구체적인 장소로는 ‘북항’을 희망했다. 박 시장은 “부산이 세계적 미항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북항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부산오페라하우스도 들어서고 있다”며 “지난 선거에서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를 공약해 재정·행정적 지원의 정당성은 어느 정도 확보된 만큼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면 세계적인 건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건희 미술관에 관한 지역의 큰 관심을 전하며 향후 계획도 언급했다. 박 시장은 “민간 차원의 유치추진위원회도 조만간 발족하는 것으로 안다”며 “저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유치 전략 방안을 모색하고 시민 공감대를 확산시킬 방안을 찾아 나서겠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