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科擧)를 멀리했던 연암은 50세에 음직(蔭職, 과거 합격이 아닌 조상 공덕으로 벼슬함)으로 관직에 올랐다. 첫 지방 근무처는 경남 안의(현재 함양). 1791년(정조 15년) 현감으로 부임해 1796년까지 다스렸다. 그는 용추계곡 물을 이용하는 물레방아를 설치해 이용후생 실학 정신을 실천했다(국제신문 2015년 11월 26일 자 18면 보도). 면천군수 양양부사를 지내며 지방 목민관으로 선정을 펼쳤다.

	경남 함양군 물레방아공원 내 연암 동상.

한양 토박이로 명문 가문 출신이나 부친이 벼슬을 하지 않아 관리였던 할아버지가 길렀다. 16세에 처사 이보천의 딸에게 장가들었다. 장인은 사위에게 맹자를 가르쳤고, 벼슬을 권하지 않았다. 연암 둘째 아들이자 문사인 박종채(1780~1835)는 부친 행적을 담은 ‘과정록(過庭錄)’을 지었는데 “부친은 가난 때문에 과거를 멀리했다”고 했다. 연암은 얽매이기 싫어하는 성정을 가진 데다 주변 일부 지인이 이러했으니 자연스레 관직과 멀어졌다. 하지만 염량세태에 마음을 상했는지 청년 때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았다. 1787년 50세에 아내를 잃은 뒤 독신으로 지냈다. 주변에서 재혼을 권했지만 사양한 채 2남 2녀를 돌봤다. 지방 목민관으로 지낼 때 한양 자식에게 직접 담은 고추장을 밑반찬과 함께 부치는 자상한 부성애를 보였다. ‘허생전’ ‘양반전’ 같은 단편소설을 11편 지었고 문집인 ‘연암집’ ‘과농소초’와 ‘열하일기’를 썼다. 68세인 1805년 한양에서 병으로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