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계 입지 넓힌 여성 작가들
- 스릴러 등 신작 들고 독자 찾아
- ‘완전한 행복’ 베스트셀러 올라

한국 문학계, 특히 소설은 여성작가가 이끌어간다는 사실이 이제 더는 뉴스가 아니다. 몇몇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소설가의 절대다수가 여성이고, ‘여성 작가의 작품은 신변적 소재와 주제로 한정돼 있다’는 섣부른 비판이 무색할 정도로 장르와 서술방식의 스펙트럼도 무척 다양하다. 이들은 SF 스릴러 공포 역사물 게임 등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왕성하게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인기 여성 작가들이 지난달 신작을 쏟아냈다. 왼쪽부터 조남주, 손원평(ⓒ씨네21 오계옥), 정유정, 정세랑(ⓒ김흥구) 작가. 국제신문DB·출판사 제공

특히 조남주 손원평 정유정 정세랑 등 발표하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여성 소설가들이 최근 잇따라 신작을 출간해 독자들은 행복한 선택의 고민에 빠졌다.

정유정의 장편소설 ‘완전한 행복(은행나무)’은 이달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찼고, 그의 전작들 판매량까지 역주행하고 있다. 악의 3부작이라 불리는 ‘7년의 밤’ ‘종의 기원’ ‘28’을 쓴 정유정은 말이 필요없는 밀리언셀러 작가다. 치밀한 스릴러로 한국 문학계의 대체불가한 존재로 자리잡은 그가 이번에 눈을 돌린 주제는 ‘욕망’이다. 표제작은 버려진 시골집에 사는 한 여자와 늪에 사는 오리들을 위한 먹이를 만드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심리 스릴러물이다. 작가는 나의 욕망이 타인의 행복과 충돌할 때 일어나는 일에 주목한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조남주는 지난주 따끈따끈한 신작 ‘우리가 쓴 것(민음사)’으로 돌아왔다. ‘김지영’이 1982년생 여성의 삶을 통해 한국 여성을 둘러싼 사회 문제를 풀어낸 작품이라면 신작 ‘우리가 쓴 것’은 80대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 여성의 삶에 관한 광범위한 서사다. ‘여자아이는 자라서’‘가출’ 등 8편의 단편은 가스라이팅, 몰래카메라, 돌봄 노동, 가부장제, 여성의 노년 갈등 등 우리 사회에 오래 전부터 실재해 온, 혹은 급격히 대두되는 다양한 젠더 문제를 다룬다. 여성의 세대 간 갈등(예를 들어 고부갈등)의 벽을 넘어 자매애를 찾는 어떤 단편에서는 그의 치열한 문제제기가 결국 따뜻한 연대에 닿아 있음을 확인한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타인의 집(창비)’은 발간 4년째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청소년 소설 ‘아몬드’의 작가 손원평의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은 회사에게 잘리고 월세 인상으로 살던 집에서 쫓겨난 한 청년 여성이 ‘불법 임대 셰어하우스’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우습고 짠한 에피소드와 ‘찌질한’ 캐릭터에도 마냥 웃지 못하고 마음 한 편이 씁쓸하다. 도용과 표절, 미래의 노인 수용시설 등 다양한 소재를 담은 8개의 단편이 실렸다.

정세랑은 이들 작가보다 젊은 세대라는 인상이 강하다. 넷플릭스 동명 드라마의 원작소설인 ‘보건교사 안은영’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워낙 독특하기 때문이다. 정세랑이 이달 출간한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위즈덤하우스)’는 에세이다. 여행을 싫어한다는 작가가 친구가 그리워 뉴욕에 가고, 이벤트에 당첨돼 런던에 가고, 남자친구 유학길을 따라 독일에도 갔다. 그때 쓰기 시작한 여행기가 9년 동안 이어져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단지 여행기가 아니라 작가 정세랑이 탄생하고 성장한 ‘비밀’이 담긴 책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