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곳의, 詩와 그곳 <26> 안민 시인 U와 u

U와 u/안 민

사연 많은 U가 그를 사랑한다고 한다

사연 잃은 u도 그를 사랑한다고 한다

그는 자꾸만 어두워진다

복제된 그림자가 점점 부풀고

U와 u가 절대 포기를 모르는 듯 전속력으로 유턴한다

과거의 새벽에서,

현재의 저녁에서,

U는 누가 뭐래도 첫사랑이고

오염된 비가 내린다

u는 누가 뭐래도 버려진 시를 주우러 다니고

오염된 눈이 내린다

자식을 양육하는 늙은 소녀U

남편을 양육하는 늙은 소녀u

잃은 첫사랑이 시를 주우러 다니는 것?

가장 위험한 구간의 유턴이다

은밀한 동공이 CCTV처럼 U와 u를 감시하고

어둠은 더욱 투명해진다

U와 u의 배후는 실패한 속도,

전력을 다한 정지,

과연 회귀라는 게 있기는 했던 걸까

도로는 어떻게 정의됩니까

참으로 윤리적 불화입니다

새벽 두 시 화분이 결빙된 입술 하나를

그의 꿈 안으로 쨍그랑 떨어뜨릴 때

오염된 눈과 비로 뭉쳐진 사연들,

도로를 이탈하여 벽을 향해 질주한다

- 시집 ’아난타“에서

한밤의 도로. 2021년 6월 국제신문 앞. 조봉권 촬영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유턴(U-Turn)은 자동차로 직선 도로로 간 다음 180도로 틀어 반대 차로로 회전하는 행위나 교통 체계를 일컫는다. 이것이 유턴이라 불리는 까닭은, 마치 이러한 행위가 영문 글자 U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인생에도 유턴할 수 있는 ‘회귀’라는 지점이 있겠지요? 가능하다면, 어디쯤이라던가, 얼만큼이라던가, 라는 시점에 유턴(U-Turn)구간이 있다면 좋겠다 생각해본다. ‘절대 포기를 모르는 듯 전속력으로 유턴’하여 가던 길을 문득 돌이키고 싶을 때를 연상하게 되는 안 민 시인의 시 ‘U와 u’의 대상 설정은 기발하다. 하지만 쉽게 읽히지는 않아 서툰 운전수처럼 도로표지판을 한참이나 더듬어 되짚으며 미로를 헤맨다.

　시를 읽다 보면 너무 단순해서 싱거운 것 보다는 은유에 가려진 운무를 걷어 내가며 읽는 어려운 시도 묘미가 있다. 그러나 몇 번이나 시집을 덮었다 다시 펼친다.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 ‘풍경과 상처’ 서문에 있던 글이 안 민 시인의 시들과 같은 맥이 통한다는 생각이 들어 옮겨 적어 본다. “나에게, 풍경(시)은 상처를 경유해서만 해석되고 인지된다. ~ 풍경(시)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시)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되면서 새롭게 태어”난다. 이 글의 ‘풍경’을 가로(시)로 대체해보니 그럴 듯 해진다.

　‘사연 많은 U‘(현재)와 ’사연 잃은 u’(과거)는 현재와 과거의 대상일 것이다. 현재도 과거도 ‘그를 사랑’하는데 시시각각 변화하는 ‘복제된 그림자’들이 ‘부풀’어 가는 삶은 ‘그’를 ‘자꾸만’ 어둡게 한다. 맑은 영혼을 가진 ‘과거의 새벽에서‘/ ‘현재의 저녁에서’ ‘U(현재)는 누가 뭐래도 첫사랑‘인데 현실은 거부할 수 없는 ’오염된 비가 내린다.‘ ’u‘(과거)는 ’누가 뭐래도 버려진 시를‘ 포기할 수 없다.

　 ’오염된 비‘는 ’오염된 눈‘이 되어가고 ’늙은 소녀U‘(현재)는 어느새 ’남편을 양육하는 늙은 소녀u’(과거)로 멀어져 있을 것이다.

　시적 화자는 이 부분에서 예민해진 것일까? 멈춰 서 본다. ‘잃은 첫사랑이 시를 주우러 다니는’/ ‘가장 위험한 구간의 유턴’

　세상의 눈은 그렇게 자유롭지 못하다. ‘은밀한’ 시선이 ‘CCTV처럼’ 시시각각 ‘감시하고’있는 현실이다. ‘어둠은 더욱 투명해진다’는 역설적 표현에서 시적 화자의 목소리가 명징하게 읽혀진다.

　‘U와 u의 배후는 실패한 속도’다. ‘전력을 다한 정지’라는 반어적 표현으로 그는 강조한다. ‘과연 회귀라는 게 있기는 했’는지.

　‘U와 u’가 ‘그를 사랑’하는 일은 회귀 불가능한 ‘윤리적 불화’가 아닐까, 굳이, 깰 필요는 없지만….

　어느날 문득 ‘새벽 두 시’경 나는 들었거나, 듣게 될 것이다. ‘꿈 안으로 쨍그랑 떨어’지는 세상 속에서 키우고 있는 화분 하나 김 곳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