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그리는’ 하태임 작가 개인전이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감각적인 컬러밴드 추상 작업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미술 컬렉터들 사이에서 ‘핫(hot)태임’이라 불릴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Un Passage No.211019, 97x162cm, Acrylic on Canvas, 2021. 가나부산 제공

가나부산은 오는 18일까지 하 작가의 회화 스테인드글라스 조각 등 작품 3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 ‘마음의 정원에 핀 꽃’을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전시 기간에 갤러리를 찾으면 다채로운 ‘Un Passage’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시그니처 이미지인 컬러밴드가 화면 안에서 중첩되고 교차하며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로, 맑은 에너지와 리듬감이 매력적이다.

하 작가의 컬러밴드는 ‘소통’이라는 주제에서 시작됐다. 진정한 소통은 비언어적 요소로도 가능할 거라는 생각에, 초창기에는 문자를 지우는 ‘액션 페인팅’ 작업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점차 형태가 아닌 ‘색’에 집중하게 됐고, 지금과 같은 컬러밴드에 이르렀다. 하 작가는 “시간이 지나며 ‘지우기’에서 ‘그리기’로 전환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컬러밴드는 언뜻 보면 쓱쓱 그려낸 듯 단순해 보이지만 ‘기다림’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 하 작가 스스로 색의 결이 보일 만큼 맑고 투명한 느낌을 선호하는 까닭에, 아크릴 물감을 아주 묽게 써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여러 차례 덧칠하며 작업한다. 노란색은 9번, 빨간색은 5번 정도 색을 입힌다. 한 번 색을 올린 뒤 말리고 덧칠하기까지 보통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하 작가는 이를 두고 ‘색이 익어가는 시간’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작품 한 점을 완성하려면 두 달가량 공을 들여야 한다.

작업할 때 가장 고려하는 건 색채의 조화다. 하 작가는 “예전에는 한 화면에 12~16개 색을 썼지만, 요즘에는 색의 가짓수를 줄였다”며 “대신 색의 반복을 통한 리듬, 색의 조화가 주는 잔상에 많이 신경 쓴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의 그림이 사람들을 새로운 곳으로 인도하는 ‘문’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림의 철학·미학적 요소를 중시할 때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요. 그림이라는 문을 통해 사람들이 슬픔과 기쁨, 환희 등 내면의 풍경과 추억에 도달하면 좋겠습니다.”

하 작가는 프랑스 디종 국립 미술학교와 파리 국립 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까지 26회의 개인전을 열고, 200여 회의 그룹(기획)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