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예총이 한목소리로 이건희 컬렉션 활용방안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재고를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의 용산과 송현동 두 공간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소장품관(약칭: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와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한국민예총)은 11일 문체부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가 정한 기본 원칙인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저버리고 지역이 아닌 서울에 입지를 선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한국식 빌바오 효과’와 문화분권에 관한 충분한 검토가 없다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우리나라는 전국이 3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교통망을 가진 국가이므로 한국식 빌바오 효과를 염두에 둔다면 한국 어느 곳에 이건희 컬렉션을 두어도 우리 국민 모두는 충분히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해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빌바오 효과는 쇠퇴해가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공업도시 빌바오에 독창적 디자인의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지어 한 해 100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탈바꿈한 것을 말한다.

　두 단체는 아울러 왜 새로이 설립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이건희 기증관’으로 한정하는지 의문이라며 명칭 문제도 지적했다. 두 단체는 “이건희 회장 유족의 큰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많은 이들의 국가 기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바란다면 ‘이건희 기증관’이라 명명할 것이 아니라 신축 국립현대미술관의 내용에 담아야 할 문제”라며 “재벌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비판을 감안할 때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을 우려가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황희 문체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을 위한 기본원칙 및 활용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국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