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세계사 수업시간으로 기억한다. 이슬람교에 대해 학교에서 배울 때 한 손에는 코란(당시에는 꾸란 대신 코란이라고 썼다),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믿지 않으면 죽는다는 방식의 포교를 했다고. 이후 유일신을 믿는 종교의 특징이 이런 편협성과 폭력성이라는 데 까지 생각이 커졌다. 자신의 신을 믿지 않는 이와는 같은 사회에서 살지 못한다는 폐쇄성을 갖기 때문이라는 논리적인 이유까지 더해졌다. 그렇다고 기독교가 이런 잔인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십자군 전쟁은 동방의 기독교인을 무슬림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성지 예루살렘을 되찾기 위해 시작됐지만 결과는 믿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살상이었다.

책은 종교의 폭력성에 대해 사람들이 대부분 수긍하는 것부터 지적한다. 하지만 종교 자체가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 지배층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배를 공고히 하고 정당성을 얻기 위해 종교를 끌어다 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핍박받는 이들에게 종교는 잔인성을 가진 것이란 인식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기독교 근본주의보다 더 공격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이유가 이슬람 자체의 호전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근대화 과정에서 무슬림이 겪은 폭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근대화는 서양에서 시작돼 서서히 무르익었지만 무슬림에선 식민주의 라는 혼란과 분열 속에서 군사적 강요로 강제로 자리잡게 됐다. 저자는 근본주의는 자신의 신앙을 파괴한다는 공포에 빠질 때 더 커지며 외부로부터 공격받으면 그 폐쇄성이 강화된다고도 썼다.

그리고 이런 폭력성이 종교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인류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구석기 때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라 설명한다. 사람 한 명 한 명이 가진 물리적인 힘의 크기가 크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인간의 힘이 동물에 비해 훨씬 약했으며 그를 이겨나갈 도구가 아직은 충분히 파괴적이지 못해 근근이 목숨을 연명하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 때는 잡은 사냥물을 나누어 먹는 것이 당연하고 작은 무리를 이뤄 생존 그 자체를 위해 투쟁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농사를 짓고 한 곳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남는 자원이 생기기 시작하고 이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계층이 나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간은 나에게 없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이에게서 무력으로 빼앗아 오거나 자신보다 낮은 계층을 착취하는 방식을 시작한다. 체제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종교에 자신이 저지른 폭력의 죄를 종교라는 희생양에 덧씌웠다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결국 진정한 평화를 위해선 인류가 겪고 있는 분열 불화 분쟁에 종교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면서 공동체를 향한 공감과 배려를 키우고 종교 본연의 영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마가톨릭 교회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환속해 종교학자로 삶의 방향을 바꾼 저자의 이력 덕에 더 흥미롭다.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