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각에 영화와 같은 감동을 선사할 차례다. 영화의 도시에 머무는 동안 인근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음식을 추렸다. 부산의 힐링푸드 돼지국밥은 한 숟갈만으로도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훌륭한 힐링푸드다. 차이나타운의 역사가 깃든 만두는 풍부한 육즙이 입안 가득 터지며 스펙터클한 감칠맛을 선사한다. ‘수제맥주 성지’ 부산에서 온 가족이 저녁 만찬을 즐기기 좋은 브루어리도 있다.


# 영혼을 따뜻하게 적시는 힐링 ‘돼지국밥’

부산에 살다 떠난 사람도, 부산에 놀러 오는 여행객도, 부산에 머무는 사람도 모두 소울푸드로 꼽는 그 음식, 돼지국밥을 빼놓을 수 없다. 6·25전쟁 이후 먹을 게 귀했던 피란민이 돼지 내장과 뼈, 살코기 등을 넣고 몇 시간을 우려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간편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이 음식은 부산 곳곳에서 각자의 개성으로 식객의 영혼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돼지고기의 기름기가 내는 묵직하고 거친 맛의 뽀얀 국물에 부추(정구지)와 ‘다대기’(다진 양념)를 넣는 게 부산 스타일 돼지국밥(국제신문 지난해 10월 29일 자 부산맛집 탑쓰리<6>돼지국밥 편 참고)이다.

전통 토렴 방식의 국밥을 맛보려면 양산국밥(해운대구 좌동)을 추천한다. 이곳은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보다는 밥에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내고 다시 덥히는 토렴 국밥이 시그니처다. 밥과 국물이 진득하게 녹아들어 맛의 여운이 두 배로 깊다. 뚝배기 대신 놋그릇에 담아내 정갈한 분위기를 살렸다. 돼지국밥 입문자는 ‘늘해랑’(부산진구 양정동·사진)이 알맞다. 부드럽고 고소한 연갈색 육수와 훈제 향이 은은한 수육은 돼지국밥에 대한 호불호를 최소화한다. 이곳 별미인 식해가 청량한 산미와 매콤한 맛으로 국밥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 스펙터클 육즙, 초량 차이나타운 ‘만두’

BIFF를 위해 부산역을 경유하는 ‘영화 여행자’는 인근 차이나타운(동구 초량동)에서 전국적 인기를 끌고 있는 만두 맛집(국제신문 지난해 11월 19일 자 부산맛집 탑쓰리 <9> 만두 편 참고)을 들러보자.

차이나타운 만두 맛집은 크게 신발원과 마가만두(사진)로 나뉜다. 신발원은 ‘백종원의 3대천왕’으로 방송을 타며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 전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곳 만두는 다른 곳보다 큼지막하고 만두피가 조금 두꺼운 게 특징이다. 고소한 새우를 넣은 새우교자는 달큰한 육수와 어우러져 깊은 감칠맛을 낸다. 신발원과 가까이 있는 마가만두는 6·26전쟁 이후부터 70년 넘게 차이나타운을 지키고 있는 곳이다. 할아버지에게서 비법을 배운 지금의 대표가 3대째 운영한다. 만두 반죽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면 요리는 다루지 않는다. 이곳은 통새우 한 마리가 들어간 ‘새우 찐만두’가 인기 메뉴. 만두소가 비칠 정도로 얇은 만두피에 돼지고기 배추 고추 대파 등 다양한 재료가 가득 들었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깊은 맛의 육즙이 ‘팡팡’ 터진다.


# 온 가족이 함께 ‘독일 맥주와 슈니첼’

‘툼브로이’(송정동)는 독일식 수제맥주 브루어리(국제신문 지난 2월 25일 자 14면 참고)다. 전국의 맥덕들은 ‘기본기 넘치는 맥주 맛’이란 찬사를 외치며 수제맥주 성지 부산을 찾을 때 툼브로이를 꼭 방문한다. 인기 비결은 독일인 안드레아스 마인트의 탄탄한 양조 실력. 툼브로이는 1690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유서 깊은 독일 브루어리로, 안드레아스의 가문이 1907년 인수했다. 독일 남부지역 뮐도르프(바이에른주)에 가면 ‘현지 툼브로이’가 운영 중이다. 안드레아스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배운 양조 실력을 ‘한국 툼브로이’에서 펼친다.

툼브로이에서는 꿀을 넣은 듯 달콤한 ‘헬레스’(페일라거), 안드레아스의 애착으로 탄생한 호밀맥주 ‘로겐’, 묵직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나는 ‘둔켈’(다크라거) 등을 중심으로 시즌별 다양한 맥주를 선보인다. 최근에는 상큼한 꽃향과 시트러스향이 깔끔하게 어우러지는 ‘호피라거’(호핑 페일라거)가 여름 맥주로 인기를 끌었다.

함께 먹는 독일 음식 슈니첼(연한 고기에 밀가루 빵가루 달걀 등을 입혀 기름에 튀긴 음식·사진)과 수제 소시지, 중독성 강한 커리 소스가 매력적인 커리어부스트는 남녀노소 즐기기 좋다. 안드레아스의 독일 가정집을 본뜬 2층 펍에서 아이들은 유아용 의자에 앉아 슈니첼을 먹으며 툼브로이 로고가 그려진 종이를 도화지 삼아 색칠 놀이를 할 수 있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