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는 끝까지 하는 게 없단 말이야.”

숲속에 사는 토끼 ‘토비’는 친구들한테서 이런 말을 듣는다. 같이 놀다가도 쉽게 싫증 내고 끝까지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던 토비는 ‘왜 최선을 다해야 하나’고 되묻는다. 거북이와 경주에서 지고 나서는 엄마까지 토비를 다그친다. “거북이에게 진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란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구나.”

달나라의 정원사 삽화. 도서출판 가문비 제공

그런 토비에게 진심으로 원하는 일이 생긴다. 민들레 씨앗이 모이는 달나라에 민들레밭을 가꿔달라는 별님을 만나고서부터다. 사실 토비가 경주에서 진 이유도 노란 민들레가 오라고 손짓해 홀린 듯 따라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비는 좌절한다. “난 안 될 것 같아. 하지만 달나라에는 가고 싶어.” 엄마는 ‘끝까지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용기를 북돋는다.

그렇게 싫증 잘 내고 끈기 없다는 말을 듣던 토비는 반전을 이뤄낸다. 민들레 씨앗을 모아 ‘달나라에 갈 민들레’ 표지판을 꽂아두고 정성껏 돌봤다. 민들레 일기를 쓰면서 계획도 세우고 씨앗을 모았다. 결국 정원사로 뽑힌 토비는 달나라로 향한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달나라는 온통 먼지투성이에 땅도 울퉁불퉁하고 크고 작은 구덩이가 수없이 많았다. 정원사 토비는 달깨비가 버린 민들레 씨앗으로 달나라에 예쁜 정원을 꾸며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자 구덩이가 화분처럼 보였다. 토비는 뒹굴어 다니는 구멍 숭숭 뚫린 돌을 화분 아래 깔고 민들레 씨앗을 정성껏 심는다. 손에는 상처가 나고 흙먼지를 뒤집어써 몸이 새까매져서 서러움에 눈물도 흘린다. 마침내 토비는 황금빛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민들레 꽃밭을 만들어 낸다.

‘토끼도 해냈는데 나도 할 수 있을 거야’. 토비가 어린이 마음에 용기의 씨앗을 심는다. 아직은 아이들이 주저하고 떼쓰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세상을 바꿀 힘을 숨기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